<사진>구본능 전총재가 KBO 수장시절 2012년 12월 10구단 창단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이사회를 주재하던 모습. /OSEN DB
지난 8월말 KBO 이사회에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한 분이 참석했다. 이날은 10개 구단 사장단이 ‘내년 시즌부터 2연전 대신 격년제로 홈3연전+방문1경기로 시즌 후반 일정을 배치한다’는 등을 주요안건으로 이사회를 연 날이었다.
구단 사장들을 깜짝 놀래케 한 분은 다름아닌 LG 트윈스 사장 대신 이사회에 참석한 구본능 전임 총재였다. 구 전총재는 이날 김인석 LG 트윈스 사장을 대신해 이사회 멤버로 자리에 참석, LG 구단의 의견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 구 전총재는 현재 LG 트윈스 구단주 대행이기도 하다.
사전에 구 전총재이자 구단주 대행의 회의 참석을 몰랐던 타구단 사장들이 모두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 더욱이 전임 총재가 KBO 이사회에 회의 때문에 참석했던 적은 지금까지 KBO 역사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 등 몇몇 구단 사장들이 그룹 업무로 바쁜 구단주를 대신해 사장 겸 구단주 대행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경우는 꽤 있지만 전임 총재이자 구단주 대행이 이사회에 멤버로 나온 적은 없다.
구 전총재는 이날 안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최종 결정되는 지 직접 확인하러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 사장이 지난 겨울 부임해 아직 야구계 사정을 완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구 전총재의 참석하에 이날 주요안건이었던 내년 시즌 2연전 대신 격년제로 홈3연전+방문1경기 일정은 진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사실 LG를 비롯해 수도권 구단들은 시즌 후반 2연전 일정에 대해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이동거리가 긴 지방 구단들은 10구단 144경기 체제가 되면서 생긴 2연전이 너무 힘들다며 대안 마련을 KBO에 촉구했다. 이에 해설위원출신으로 현장 사정을 잘 아는 허구연 현 KBO 총재가 격년제로 ‘홈3연전+방문1경기’ 일정을 짜게 된 것이다.
<사진>잠실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는 구본능 전총재 겸 LG 트윈스 현 구단주대행
구본능 전임 총재는 KBO 수장 때 프로야구 10구단 체제를 완성시키며 한국야구 발전을 한 단계 더 도약케한 주인공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KBO 총재를 맡아 프로야구는 물론 아마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경남중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등 야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대단하다. 요즘도 LG 트윈스 홈구장인 잠실구장에 LG 경기가 열릴 때면 자주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이처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구 전총재가 앞으로 이사회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기에 타구단 사장들을 비롯해 KBO는 긴장하고 있다. 구 전총재의 존재만으로도 안건들을 좀 더 철저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구 전총재는 KBO 총재시절 이사회를 깐깐하게 주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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