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좌완 백정현은 올 시즌 '홈런 공장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전반기 14경기(73⅓이닝)에 등판해 10패를 떠안으며 무려 19개의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5월 10일 SSG전 이후 9경기 연속 피홈런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은 6.63에 이르렀다.
후반기 들어 확 달라진 모습이다. 38⅓이닝을 소화하며 단 한 개의 홈런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후반기 평균자책점 2.35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피홈런 1위에 올라 있지만 두산 최원준과 KIA 이의리가 1개 차로 추격 중이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백정현의 피홈런 1위 불명예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구 두산전에서 5⅔이닝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낸 백정현에게 후반기 피홈런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홈런을) 맞으면 왜 맞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기술적인 변화를 주기도 했다. 여러가지 변화를 주다가 구종을 바꿔보기로 했는데 그게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볼배합에 변화를 준 게 아니라 지난해 던졌던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의 그립을 바꿨다. 일종의 변형 그립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잡혀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3승 사냥에 성공한 그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늘 실투도 많았고 제구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운이 잘 따른 경기였다". 백정현의 말이다.
개막 후 12연패의 늪에 빠졌던 백정현은 3일 두산을 상대로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첫 승 상대였던 두산과 12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그는 "텀이 짧으면 타자들의 기억 속에 (저에 대한 투구 스타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강)민호 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는데 실투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머리 쓰지 말고 쉽게 쉽게 공격적으로 승부하면서 뭔가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6회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백정현은 우완 이승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 달성을 눈앞에 두고 교체된 아쉬움은 없을까. 이에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신경 안 썼는데 전체적으로 직구가 안 좋아 변화구 위주로 가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시즌 3승째를 거두며 안정감을 되찾은 백정현은 "이기든 지든 똑같은 제 모습이다. 늘 하던 대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오늘도 실투가 많았는데 운이 잘 따랐다.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하고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