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연고 1차 지명 폐지돼 전면 드래프트로 치러진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는 팀별로 총 11라운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키움, 삼성, LG는 1명 더 많은 12명의 선수들을 지명했다. 2020년부터 허용된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로 받은 카드를 이날 활용한 것이다. 훗날 이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트레이드 평가도 바뀔 수밖에 없다.
가장 높은 순번은 키움. 지난 4월24일 포수 박동원을 KIA에 내주고,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그리고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전체 12순위 지명권으로 1차 지명 제도에서 1라운드 지명권에 맞먹는 순번이었다.
키움의 선택은 충암고 포수 김동헌.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원주고 포수 겸 투수 김건희를 뽑은 뒤 김동헌을 지명하며 포수 자원을 둘이나 확보했다. LG에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호명된 김범석(경남고)에 이어 포수 넘버2로 수비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김동헌은 올해 고교리그에서 25경기 타율 3할3푼3리(75타수 25안타) 1홈런 19타점 OPS .981로 타격 능력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
키움은 주전 포수 이지영이 만 36세 베테랑으로 김재현(29), 주효상(25) 순으로 핵심 포수가 분포돼 있다. 그 다음 세대의 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상위 지명권 2장을 포수에 썼다. 김건희가 투수에 집중한다면 김동헌이 차기 안방마님으로 집중 육성될 수 있다.
‘예비 FA’ 박동원을 잡을 가능성이 낮았던 키움은 시즌 초반부터 과감하게 매물로 썼다. 이지영이라는 경험 많은 포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 KIA에서 받은 김태진이 내야 유틸로 쏠쏠하게 활약하며 3위로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동헌의 성장 여부에 따라 현재와 미래를 모두 다 잡는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포수가 약했던 KIA도 박동원 효과 속에 5위로 4년 만에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도 지난 1월24일 내야수 이학주를 롯데에 주면서 투수 최하늘과 함께 받아온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사용했다. 전체 23순위로 세광고 우완 투수 서현원을 뽑았다. 186cm 장신으로 140km대 초중반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 서현원은 올해 16경기에서 42이닝을 던지며 1승3패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52개를 기록했다.
삼성은 드래프트를 마친 뒤 ‘내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서현원을 3라운드에서 선발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내야 유망주가 많아 이학주를 트레이드 카드로 쓴 삼성은 올해 8위 추락에도 유격수 걱정은 하지 않았다. 최하늘도 1군 대체 선발로 쓰이고 있는 반면 이학주는 롯데에서도 큰 반등이 없다. 서현원의 활약이 더해지면 삼성의 압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도 5월21일 내야수 장준원을 KT로 트레이드하면서 받은 5라운드 전체 50위 지명권으로 부산고 우완 투수 임정균을 선택했다. 190cm, 92kg 큰 체구를 갖춘 임정균은 올해 15경기에서 35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1.80 탈삼진 40개를 기록했다.
장준원은 KT 이적 후 LG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치는 등 쏠쏠하게 활약했으나 무릎 전후방 십자인대파열로 시즌 아웃돼 내년 후반기에야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양쪽 다 길게 봐야 할 상황이라 당장은 트레이드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