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2)가 KBO리그 적응을 완벽하게 마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15승 투수 클래스를 발휘하며 한화의 외국인 에이스로 떠올랐다.
페냐는 지난 14일 대전 KT전에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6⅔이닝 3피안타 2볼넷 2사구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4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4점대(4.07)에서 3점대(3.63)로 낮췄다. 최근 5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1.88로 28⅔이닝 동안 삼진 34개를 잡았다. 피홈런은 1개가 전부.
이날 KT전에도 6회까지 안타를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사사구 4개로 5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이 없었다. 최고 152km, 평균 149km 직구(50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6개), 투심 패스트볼(17개), 슬라이더(14개)를 섞어 던졌다. 4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하며 상하좌우로 존을 넓게 활용했다.
좌타자 상대로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우타자 상대로는 바깥쪽 흐르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며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탈삼진 10개는 개인 최다 기록. 4회 중견수 마이크 터크먼이 박경수의 좌중간 장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고, 최재훈이 6회 김민혁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등 수비도 페냐를 도왔다.
경기 후 페냐는 “공격적으로 투구하면서 변화구를 타이밍에 맞게 적절하게 섞어 던진 게 좋았다. 선두타자 출루 허용이 많았지만 야구의 일부분이다. 끝까지 집중해서 투구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터크먼을 비롯해 동료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나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페냐는 지난 2016~2021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에서 6시즌 통산 104경기(24선발) 15승8패3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260⅔이닝 동안 삼진 267개를 잡아내며 구위를 뽐냈지만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2019년 8월4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1루 베이스 커버 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은 뒤 커리어가 꺾였다. 지난해 시즌 전에도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4월 개막을 건너뛰는 등 부상에 계속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시라큐스에서 조금씩 이닝, 투구수를 늘리며 선발로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6월에 한화와 계약한 뒤 7월부터 한국에서 실전 가동된 페냐는 투구수 61구를 시작으로 빌드업 과정을 거쳤다. 첫 8경기를 100구 미만으로 관리받은 뒤 최근 4경기 연속 100구 이상 뿌렸다. 이날 KT전에선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은 6⅔이닝 107구를 던졌다.
페냐는 “몸 상태가 다 올라왔다. 건강하다. 몸에 전혀 문제가 없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며 “한국 야구는 점수도 많이 나고, 경기가 빠르게 흘러간다. (미국 야구와) 차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스트라이크를 던지느냐에 달려있다. 어떤 리그, 어느 레벨이든 내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3일 고척 키움전에서 데뷔한 이후 두 달 반밖에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페냐는 12경기 만에 5승을 올리며 어느새 팀 내 최다승 투수 김민우(6승)를 1승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는 “처음부터 시즌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며 “풀타임 시즌을 치렀을 때 몇 승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이라는 게 원하는대로 항상 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재계약에 청신호를 밝힌 페냐가 만약 내년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면 풀타임 몇 승을 거둘지 궁금해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