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상을 보라” 아버지의 조언…전국대회 영웅 탄생의 서막이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9.15 12: 21

“넓은 세상을 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야구를 시작한 한 8살 부산 소년. 그 때는 몰랐다. 10년 뒤 그 소년이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부산고의 22년만의 전국대회 제패를 이끌지.
박계원 감독이 이끄는 부산고등학교는 지난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등학교와의 결승전에서 1-0 신승을 거두며 1993년 이후 29년 만에 통산 4번째(1985, 1986, 1993, 2022)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추신수, 정근우 등 1982년생이 활약했던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22년만의 전국제패였다.
승리의 주역은 선발투수로 나선 2학년 원상현이었다. 당초 박 감독은 “5이닝만 소화해줬으면 좋겠다”는 현실적 기대치를 드러냈으나 5이닝을 뛰어넘어 8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5구 깜짝 역투로 대회 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을 거머쥐었다. 105구 투구수 제한이 야속할 정도로 구위가 뛰어났다.

부산고 원상현 / backlight@osen.co.kr

우승 후 만난 원상현은 “너무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동계 때부터 열심히 노력했다. 물론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지는 경기도 많아 힘들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타자, 투수 모두 열심히 잘해준 덕분에 마지막까지 빛날 수 있었다”라고 감격의 우승 소감을 전했다.
선수 또한 결승전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 원상현은 “처음에는 5이닝 정도 예상했다. 5이닝 정도만 던지면 팀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던질 줄 몰랐다”라고 설명했다. 완봉에 대한 욕심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있었지만 완봉보다 팀 우승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금 행복하다”라고 밝게 웃었다.
결승전 8⅓이닝 투혼의 역투 비결은 커브였다. 박 감독 또한 “오늘(13일)은 장기인 커브 제구가 잘 됐다. (원)상현이 커브가 긁히는 날은 상대가 치기 어려운데 오늘 제구가 되는 바람에 끝까지 믿고 맡겼다”라고 칭찬한 터. 원상현은 “커브 하나로 수월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직구 제구가 잡히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원상현은 어떤 계기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원상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한 번 넓은 세상을 보고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축구를 하려고 했는데 야구를 하게 됐다”라고 유년 시절을 되돌아봤다.
고교 2학년임에도 전국대회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완봉급 호투를 펼친 원상현. 그는 “앞으로 더 성실하고 꾸준히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향후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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