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인가?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안우진(23)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섰다.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7이닝 1실점 10탈삼진 호투를 펼치며 13승을 따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찰과상을 입어 검게 멍들과 진물이 나오는데도 괴력투를 뽐냈다.
200탈삼진에 4개를 남겼고, 평균자책점도 2.09로 끌어내렸다. 이닝도 172이닝을 넘으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시즌 15승, 200탈삼진, 1점대 ERA, 190이닝 등 모든 수치가 에이스의 성적을 향해하고 있다. 23살의 젊은 투수가 드디어 KBO리그 간판투수가 된 것이다.
현재의 구위로 본다면 한국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태세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9전9승 금메달 신화를 이끌었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2010년 광저우 금메달 주역 양현종의 뒤를 이어 모처럼 나타난 에이스이다. 입단부터 큰 관심을 받았으나 작년부터 잠재력을 터트렸다.
한국야구는 김광현 양현종 이후 간판급 파워피쳐가 나오지 않았다. 두산 이영하, NC 구창모, 삼성 원태인, KT 소형준 등이 등장했지만 다소 부침이 있었다. 그래서 안우진의 성장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되고 있다.
한국야구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있다. 숙적 일본과의 예선리그는 물론 본선에서도 격돌하게 된다. 아울러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 등 강적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대표팀의 전력은 역대 최약체라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투수력과 타격 모두 문제이다.
작년 도쿄 올림픽과 달리 김광현, 양현종이 가세할 수 있지만 투수력이 역대 마운드를 비교해도 낫다고 볼 수 없다. 160km짜리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고속 체인지업, 고속 커브 등 완성도가 높은 볼을 던지는 안우진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우진도 일본의 22살 55홈런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아쿠르트) 간판타자들과 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고교시절 학폭 전력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격이 영구 박탈되었다. 다만, 프로(MLB)가 주관하는 WBC는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발탁된다면 논란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WBC 대표를 선발하는 KBO 기술위원회도 뽑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지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반대가 있으면 발탁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평생 WBC도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시선도 있다. 정녕 해법은 없는 것일까?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