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선 골든글러브가 충분하다고 바라보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6년 실패를 떠올렸다.
LG 트윈스는 오지환은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도루 1개를 추가하며 대망의 ‘20홈런-20도루’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 23홈런을 기록 중인 오지환은 6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투수의 투구가 원바운드 폭투가 되면서 포수는 2루로 송구를 하지 못했다.
LG 선수로는 무려 23년 만에 달성한 기록. 앞서 송구홍(1992년), 김재현(1994년), 이병규(1999년)가 기록했는데, 2000년대 들어서 오지환이 처음으로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KBO리그 역대 유격수 중에서도 4번째 선수가 됐다. 기록은 6번째인데, 오지환에 앞서 ’20-20’을 달성한 선수는 이종범(1996, 1997년), 강정호(2012년), 김하성(2016, 2020년)이 3명 뿐이었다.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 자리에서 빼어난 수비 실력과 함께 호타준족이 대명사인 ’20-20’을 데뷔 후 처음 달성했다. LG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 뛰어나다. 유격수 골든글러브의 유력한 후보로 손색없다.
오지환은 13일 현재 타율 2할6푼3리 23홈런(리그 3위) 20도루 78타점 OPS .818을 기록 중이다. 1위 SSG의 유격수 박성한이 전반기 맹활약을 하다가 타율 2할9푼5리 2홈런 53타점 11도루 OPS .737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IA 유격수 박찬호도 타율 2할8푼 4홈런 44타점으로 오지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지환은 경기 후 인터뷰 도중 골든글러브 욕심을 묻자, “모르겠다. 아직까지도…”라고 말했다. 오히려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그는 “이전에도 20홈런을 친 적이 있는데, 타율도 지금보다 고타율로 2할8푼을 쳤다. 그랬지만 그런(골든글러브)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지금 리그 사정상 타율 3할이 드물기는 하지만, 그냥 모르겠다. 아직…”이라고 언급했다.
오지환이 언급한 과거는 2016시즌이다. 2016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두산 김재호가 수상했다. 137경기에서 타율 3할1푼(리그 28위) 7홈런 78타점 OPS .829를 기록했다. 오지환은 121경기에서 타율 2할8푼 20홈런 17도루 78타점 OPS .881을 기록했지만, 두산의 우승 프리미엄에 밀렸다. 당시 김하성은 타율 2할8푼1리 20홈런 28도루 84타점 OPS .835으로 ’20-20’을 달성했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오지환은 “(지금 내 성적이) 완벽한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지금까지 잘 한 선배들이 너무 많았다. 하성이도 그랬고, 그런 수치를 봐왔기에 스스로 만족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을 하지 않겠지만, 골든글러브 수상자 성적으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류지현 LG 감독은 "오지환이 이제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유격수"라고 칭찬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어느 팀이 되든 오지환의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유력하지 않을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