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박찬호가 집요해졌다.
KIA는 1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광주경기에서 1-4로 무릎을 꿇었다. 타선이 12일 만에 돌아온 키움 에이스 안우진에게 눌려 1득점에 그친 것이 패인이었다. 2연패를 당하며 승률 5할 턱걸이로 밀려났다. 그래도 박찬호의 끈질긴 모습은 이날 유일하게 박수를 받았다.
리드오프로 출전한 박찬호와 키움 선발 안우진의 세 번째 대결이 흥미진진했다. 1회말 첫 타석은 5구 슬라이더를 밀어쳤으나 1루 땅볼에 그쳤다. 3회 1사 2,3루에서는 유격수 앞으로 땅볼을 보내 3루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타점을 만들어냈다. 안타는 아니었지만 감각적인 타격이었다.
1-2로 뒤진 5회2사1루 세 번째 대결에서는 끈질기게 승부를 펼쳤다. 초구(스트라이트)와 2구는 150km가 넘는 직구로 윽박질렀다. 3구 140km 슬라이더가 찔러들어왔고 볼카운트 1-2로 불리해졌다. 이때부터 용규놀이를 시작했다. 5개의 볼을 연속으로 파울처리했다.
146km짜리 고속 슬라이더, 131km짜리 커브에 154km짜리 직구, 131km짜리 체인지업으로 공략해왔으나 번번히 방망이로 쳐냈다. 9구는 155km짜리 직구가 얼굴쪽으로 들어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버텼고 결국 11구째 볼이 들어와 풀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안우진이 회심의 얼굴로 던진 12구와 13구 슬라이더도 가볍게 방망이로 커트해냈다. KIA 더그아웃에서도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결국 14구 몸쪽 슬라이더에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아쉬움을 곱씹었지만 안우진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기위해 14구를 던져야 하는 진땀 승부를 펼쳤다.
안우진도 경기후 "찬호 선배님과 승부가 힘들었다. 마지막에서 내가 잘 이겨냈다. 많이 던지고 나서 볼넷 주면 답이 안나오고 힘든데. 아웃카운트로 바꾸어서 괜찮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들어 박찬호는 볼도 잘 골라내고 커트도 곧잘하면서 출루율을 높이는 리드오프 능력을 십분발휘하고 있다. 풀타임 3년차를 맞아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김종국 감독이 믿고 쓰는 타자로 성장했다. 주전타자로 발돋음한 박찬호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타석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