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꿈이 20경기에 달렸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선빈(33)은 2021시즌을 앞두고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유격수 자리를 박찬호에게 넘기고 2루수로 변신한 직후였다.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진열장에 놓겠다는 것이다.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이미 놓여있다. 지난 2017년 타격왕과 우승 유격수로 당당히 황급장갑을 챙겼다. 지금껏 두 포지션 황금장갑을 수상한 선수는 없었다.
거창한 첫 도전은 실패했다. 2021시즌 2루수 골든글러브는 121표를 받은 한화의 젊은 야수 정은원이 챙겼다. 김선빈은 130경기 3할7리, 5홈런, 67타점, 55득점, OPS .776을 기록했지만 85표에 그쳤다. 기자들은 139경기에서 608타석을 소화하며 공수주를 이끈 젊은 얼굴 정은원을 낙점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도 유일한 목표도 골든글러브를 거론했다. 그러나 올해도 간당간당하다. 12일 현재 120경기에 출전, 2할9푼8리, 2홈런, 54타점, 46득점, 13도루, OPS .743을 기록 중이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경기와 타석, 도루 등 기여도가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후보 자격은 충분하다. 그런데 앞서가는 경쟁자가 있다. 2021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키움 김혜성이다. 올해 2루수로 복귀하더니 타율 3할1푼4리, 4홈런, 46타점, 78득점, 34도루를 기록중이다. 공수주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골든글러브 레이스에서 김선빈을 웃돌았다.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김혜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9월 3일 SSG와의 경기도중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던 투수와 부딪히며 왼손 중수골 골절상을 당했다. 복귀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능하더라도 시즌 막판에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빈과 안치홍(롯데)에게는 추격의 기회가 주어졌다.
결국은 남은 20경기에서 어떤 타격을 해주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할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출전 경기수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보인다. 남은 20경기를 꾸준히 출전하면서 각종 수치를 올려야 한다. 만일 역전하지 못한다면 첫 유격수&2루수 골든글러브는 김혜성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선빈은 데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동료들을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도 유력해졌다. 매년 나이도 들어가는 만큼 올해가 마지막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3살 베테랑의 가을행 티켓과 2루 골든글러브. 과연 캡틴의 꿈이 이루어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