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자격의 2루수들이 꿨던 대박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1년을 기다리며 FA 시장의 평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현재 기준으로 이들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다.
올해 FA 시장에는 최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양의지, 노진혁, 원종현, 이재학(이상 NC), 채은성, 유강남(이상 LG), 박동원(KIA), 박세혁(두산)이 주요 매물이다. 모두 각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선수들이다. 대어급도 준척급도 많은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루수 포지션에서도 거물급 매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지만 FA 재수를 택한 서건창(LG), 그리고 지난해 술판 파문 징계로 FA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박민우(NC)가 올해 나란히 FA 대박에 도전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거의 막바지로 향해가는 시점에서 이들의 올 시즌은 대박 계약을 노리기에는 많이 부족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 된 서건창은 144경기 전 경기 출장했지만 타율 2할5푼3리 130안타 6홈런 52타점 78득점 OPS .693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키움과 연봉 계약을 하면서 3억5000만 원에서 2억2500만 원으로 사실상 자진 삭감하며 B등급 FA를 노렸다.
A등급은 연봉 200%에 20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하지만 B등급은 연봉 100%에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연봉 200%만 보상하면 됐다. 보상 규모가 차이나기 때문에 이적이 용이할 수 있다. 그러나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서건창의 연봉은 LG에서 A등급 기준에 포함됐다. 결국 서건창은 FA 1년 재수를 택했다.
하지만 서건창의 선택은 참담한 결말을 향해가고 있다. 올해 단 57경기만 출장해 타율 2할2푼8리(162타수 37안타) 1홈런 13타점 29득점 OPS .601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지난 6월 초 복사근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서건창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복귀했지만 활약상이 미미했다. 내야수 유망주 문보경이 성장해 3루 자리를 꿰찼고 대체 외국인 선수 로벨 가르시아가 2루를 차지하면서 서건창은 입지를 잃었다. 8월 4일,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는 16경기 타율 4할 8리(49타수 20안타) 6타점 OPS .946으로 활약했지만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9월 확장 엔트리가 되어서야 1군 콜업에 콜업됐다. 복귀 후 4경기 10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나름 활약을 하고 있지만 서건창이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박민우의 경우 지난해 물의를 일으키며 FA가 미뤄진 케이스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국 술판 파문으로 KBO의 72경기, NC 구단의 25경기의 출장 정지 징계를 각각 받고 올해 5월에서야 1군에 복귀했다.
데뷔 후 빠르게 성장해 고속 성장했고 국가대표 2루수이자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20대 나이에 박민우만한 경험을 가진 센터라인 내야수는 리그에서 전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3000타석 이상 기준 통산 타율 역대 2위, 현역 1위에 빛나는 컨택 능력과 20도루 이상은 기본으로 가능한 스피드와 주루 센스, 수비 실력까지. 나무랄 데 없는 재능을 가진 선수였기에 시장에 나서기만 했다면 대박이 예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일탈로 커리어가 꼬였다.
1년이 지나더라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듯 했다. 박민우의 모습만 제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복귀 후 박민우는 부침을 거듭했다. 잘 맞은 타구가 많이 잡히면서 마음고생을 했고 성적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89경기 타율 2할5푼4리(335타수 85안타) 3홈런 18도루 OPS .679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역대 타율 2위, 현역 타율 1위였던 기록은 현역 4위, 역대 6위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왼쪽 햄스트링에 계속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관리를 하며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9월 타율은 9푼4리(32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 12일, 1군에서 말소됐다. 다시 1군에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잔여경기를 생각했을 때 반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수를 겸비한 2루수를 리그에서 찾는 것은 힘들다. 이들이 동시에 FA 시장에 나서는 것도 확률상으로 희박하다. 하지만 이들은 1년을 기다렸음에도 다시는 없을 대박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