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앞둔 팀들에 부상 날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경기 중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의의 부상은 손 쓸 도리도 없다. 남은 시즌 순위 싸움은 물론 포스트시즌 운명까지 좌우할 부상 공포에 상위권 팀들이 떨고 있다.
3위 키움은 주전 2루수 김혜성을 잃었다. 지난 3일 문학 SSG전에서 8회 땅볼을 치고 1루로 뛰어가는 과정에서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상대 투수 김택형과 충돌로 넘어져 왼손 중수골 골절상을 당했다. 최소 4주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포스트시즌 출장도 어려울 수 있다. 가뜩이나 이승호(옆구리), 문성현(팔꿈치), 김태훈(허리) 등 불펜 핵심 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야수진 기둥 김혜성까지 빠졌다.
키움과 3위 싸움 중인 KT에도 비보가 날아들었다. 33홈런으로 이 부문 부동의 1위 박병호가 이탈했다.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2회 좌중간 2루타를 쳤지만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쪽 발목이 꺾였다. 인대 부상을 당해 최소 4주 이상 뛸 수 없는 상태라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 설상가상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도 11일 키움전에서 6회 수비 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검진 결과 뼈나 인대에 이상이 없어 장기 결장할 부상은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LG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1위 SSG도 중심타자 최정이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정우영의 공에 오른쪽 손목을 맞았다. 두상골 부위 골타박으로 골절은 피했지만 이후 8~9일 문학 KIA전, 10~11일 대전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결장했다. 타박이 심해 부기와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휴식을 취해야 했다.
LG도 중심타자 채은성이 지난 6일 잠실 SSG전에서 김광현의 공에 왼쪽 오금 부위를 맞아 타박상으로 이튿날 결장했다. 채은성은 지난 7월27일 문학 SSG전에서도 문승원의 공에 왼쪽 손날을 맞아 3경기를 결장한 바 있다. 올해 몸에 맞는 볼이 19개로 가장 많은 채은성에게 몸쪽 공이 날아들 때마다 LG 덕아웃도 움찔움찔한다.
팀 내 비중이 절대적인 선수들이라 부상 공백은 팀의 경기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키움은 김혜성 이탈 이후 2승4패로 주춤했다. 이 기간 팀 타율 10위(.218)로 3할 타자 김혜성 공백을 느꼈다. SSG도 최정이 빠지자마자 타선 침체로 3연패를 당했했다. 키움도 박병호가 빠진 11일 키움전에서 무기력하게 완봉패(0-5) 했다. 좌타 일색인 LG도 우타 채은성이 빠지면 타선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 채은성이 사구 후유증으로 결장한 4경기에서 1승2패1무로 힘을 쓰지 못했다.
지금 이 시기 부상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해 LG도 시즌 마지막 날까지 KT, 삼성과 1위 싸움을 했지만 마지막 경기 전날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큰 부상을 당했다. 수비 과정에서 넘어진 충격으로 쇄골이 부러진 것이다. 6~8주 진단을 받으면서 그대로 시즌 아웃.
시즌 최종전에서 롯데에 패해 3위로 마친 LG에겐 포스트시즌이 더욱 치명적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를 거쳐 올라온 두산에 1승2패로 업셋을 당했다. 대체 유격수로 나선 구본혁이 수비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타격에서 3경기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오지환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해 준우승팀 두산도 시즌 막판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의 동반 부상이 뼈아팠다. 외국인 투수 둘 없이 와일드카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KT에 4전 전패를 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로켓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미란다는 한국시리즈 1경기를 던진 게 전부. 외국인 투수 둘 다 건강했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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