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A.J. 프렐러(45) 단장의 별명은 ‘매드맨(Madman·미치광이)’. 뭔가에 한 번 꽂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직인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FA 영입과 트레이드로 선수단을 재편하는 광기 어린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04년부터 10년간 텍사스 레인저스 해외 스카우트를 담당한 그는 부단장 자리에 오를 만큼 선수 보는 안목을 인정받았다. 2014년 8월 샌디에이고 단장에 부임하면서 5년의 기간을 보장받았고, 첫 해 겨울부터 맷 켐프, 윌 마이어스, 저스틴 업튼, 제임스 쉴즈, 크레이그 킴브렐 등 대형 선수들을 한꺼번에 영입해 ‘매드맨’이란 별명이 붙었다.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모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리빌딩으로 노선을 바꿔 로스터를 완전히 갈아엎는 결단력까지 보였다. 이듬해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영입하며 팜을 강화한 프렐러 단장은 2017년 시즌 후 3년 연장 계약으로 2022년까지 재신임을 받았다.
2018년 에릭 호스머, 2019년 매니 마차도 등 대형 FA를 영입하며 거액을 쏟아부은 끝에 2020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2026년까지 5년 추가 연장 계약을 선물받았다. 단장 겸 야구운영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2021년을 앞두고도 광폭 행보가 이어졌다. 특급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 다르빗슈 유를 연이어 데려온 뒤 한국인 내야수 김하성까지 포스팅을 거쳐 4+1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깜짝 영입했다. 3루수 마차도, 유격수 타티스 주니어,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1루수 호스머로 내야가 완성된 팀에서 김하성을 영입해 궁금증을 낳았다.
하지만 프렐러 단장은 “누군가 다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부진에 빠져있을 때 최상의 선수를 쓸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고교에서 KBO리그에 바로 적응한 뒤 매년 발전해온 김하성의 모습을 봤다. 메이저리그 적응도 문제없을 것이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보낸 김하성은 올해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격에서도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경쟁을 이끌고 있다. 과잉 또는 중복 투자가 아닌 성공 투자로 김하성 계약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프렐러 단장은 마이너스의 손으로 전락하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고 영입한 후안 소토, 조쉬 벨, 브랜든 드루리, 조쉬 헤이더의 성적이 하나같이 급락하면서 성적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한 탓이다. 소토는 이적 후 31경기 타율 2할2푼4리 3홈런 6타점 OPS .740으로 임팩트가 없고, 벨은 34경기 타율 2할1푼1리 3홈런 11타점 OPS .648에 그치고 있다. 초반에 반짝한 드루리도 27경기 타율 2할2푼 5홈런 20타점 OPS .672로 주춤하다. 마무리 헤이더는 11경기 1승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13.50으로 무너졌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지난 후 17승17패 5할 승률에 그치며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에 간신히 턱걸이. 4위 밀워키 브루어스와 3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다.
다르빗슈와 조 머스그로브가 활약하고 있지만 스넬, 션 머나야, 마이크 클레빈저 등 주요 선발들도 트레이드 전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프렐러 단장이 부임 후 트레이드 카드로 쓴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트레이 터너(LA 다저스), 타이 프랑스(시애틀), 칼 콴트릴, 엠마누엘 클라세, 조쉬 네일러(이상 클리블랜드), 데이비드 베드너(피츠버그) 등은 지금 올스타 또는 각 팀의 주축들로 거듭났다. 지난해 2월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3억4000만 달러 초장기 연장 계약이 금지 약물에 얼룩지고, 머스그로브도 지난달 5년 1억 달러 연장 계약 직후 부진에 빠지면서 프렐러 단장을 향한 의구심도 커져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