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는 모두가 최고로 인정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다방면에서 걸출한 활약을 펼치고 약점이 없기에 때로는 ‘야구 기계 같다’, ‘재미없는 모범생이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하게 노선을 설정하는 것일까.
트라웃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 2-1로 앞서던 2회초 2사 1,2루에서 좌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트라웃의 시즌 34호 홈런. 그리고 프랜차이즈 최다 기록인 6경기 연속 홈런을 수립했다. 197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바비 본즈가 기록한 5경기 연속 홈런이 종전 최다 기록. 트라웃은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현존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 트라웃. 2011년 데뷔했고 2012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MVP 투표 2위, 실버슬러거, 그리고 올스타까지 선정되며 역대급 선수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올스타와 실버슬러거 단골 손님이었고 2014년, 2016년, 2019년 통산 3차례 MVP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MVP 투표 상위 5위 안에 드는 등 역대급 행보를 이어갔다. 컨택, 파워, 스피드, 수비, 어깨를 모두 갖춘 ‘5툴 플레이어’의 표본으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다재다능함은 반대로 스포트라이트를 어느 한 쪽에 집중시키지 못했다. 트라웃이라는 선수 자체가 모범생 스타일에 워낙 조용하기에 ‘스타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었다. 특히 여전히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보다는 컨택과 출루, 장타, 도루 등에 더 집중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9년 기록한 45홈런이고 홈런왕 타이틀은 없다. 2021년까지 통산 홈런은 310개. 트라웃의 커리어에 비해서 홈런 수치는 부족했다. 기록 자체는 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팬들의 시선과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트라웃보다 커리어 기록은 한참 밀리지만 올해 압도적인 홈런 페이스로 ‘청정 60홈런’에 도전하는 애런 저지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또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팀 동료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겸업으로 트라웃보다 더 많은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결국 ‘조용한 모범생’의 다재다능함은 그의 ‘스타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올해 트라웃은 어쩌면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잔부상으로 이전의 운동능력과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36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올해는 늑골 기능 장애라는 희귀한 질환까지 얻으며 이탈하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부상 복귀 이후, 트라웃은 운동능력을 파워에 집중하고 이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틀었다. 올해 98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타율 2할8푼(361타수 101안타) 34홈런 67타점 OPS .99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2할8푼의 타율과 72.2%의 컨택률은 역대 가장 낮다. 출루율 역시 3할6푼6리로 트라웃 치고는 낮은 편. 무엇보다 45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118개를 당한 게 눈에 띄는 대목. 볼넷과 삼진을 모두 많이 얻어내는 유형이었지만 이제는 삼진이 더 많다. 볼넷/삼진 비율은 0.38이다. 컨택과 출루와 관련된 모든 수치가 하락했다.
대신 이제는 확실하게 공을 띄우고 멀리 치려고 한다. 땅볼/뜬공 비율이 0.43으로 뜬공이 절반 이상 더 많고 뜬공 대비 홈런은 23.9%다. 타석 당 홈런은 10.6타수 당 1개꼴로 홈런을 때려냈다(361타수 34홈런). 2019년 최다 홈런 시즌에 10.5타수 당 1홈런(470타수 45홈런)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올해 60홈런에 도전하는 저지가 9.11타수 당 1홈런(501타수 55홈런)을 기록했고 오타니가 15.1타수 당 1개의 홈런(499타수 33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저지보다는 떨어지고 오타니보다는 빠른 페이스다.
결국 건강한 트라웃, 그리고 힘에만 집중하는 트라웃은 언제든지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이고 그 페이스 역시 어마어마할 수 있음을 올해 선보이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