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내일(10일)은 점수를 많이 못 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KIA 임기영이 무려 81일 만에 따낸 시즌 3번째 승리 뒷이야기를 전했다. 두 달 넘게 승리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동료들의 농담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됐다.
임기영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15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11패)째를 챙겼다. 지난 6월 21일 광주 롯데전 이후 무려 81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임기영은 경기 후 “이겨서 기쁘다. 그 동안 내가 던질 때 항상 연승이 끊기거나 길게 못 던져서 팀에 미안했는데 오늘은 점수도 안 주고 이닝도 길게 끌고 갔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투구였다”라고 기뻐했다.
임기영의 말대로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 최고 141km의 직구 아래 체인지업, 슬라이더, 투심 등을 적절히 곁들였고, 그 결과 7회까지 득점권 위기는 7회 2사 1, 2루 단 한 차례가 전부였다.
임기영은 “(박)동원이 형 리드가 너무 좋았다. 마운드에서 좋지 않으면 이닝 끝날 때마다 대화도 많이 나눴다. 형이 그만큼 날 믿어주면서 사인을 냈고, 나도 제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7회에는 뒤에 투수들이 다 대기하고 있어서 맞더라도 1점만 준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임기영은 최근 세 달 가까이 KIA 마운드의 불운의 투수였다.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를 8차례 달성했지만 승리는 2승뿐이었고, 그 사이 11패까지 패배가 쌓였다. KIA 김종국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상하게 (임)기영이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점수를 안 낸다. 어제 점수를 많이 뽑았지만 나눠 냈어야 했다. 어제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란다”라고 그 누구보다 임기영의 3승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임기영은 “주위에서 안타깝게 보셨지만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된 거 뭐라고 1등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라며 “모두가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누구나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득점 지원을 못 받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1위 SSG를 상대로 대거 16점을 뽑아낸 타자들의 농담도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됐다. 임기영은 “어제 경기 끝나고 타자들이 오늘은 점수를 많이 못 뽑을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이런 경기 다음에는 득점을 많이 못 한다고 말했다”라고 웃으며 “그냥 나는 마운드 올라가면 3점 준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던졌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승리로 그 동안 무거웠던 마음을 한 번에 털어낸 임기영. 그는 “오늘 이겼기 때문에 다음 경기도 똑같이 준비하려고 한다. 여기서 내가 더 욕심 낸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똑같이 던지겠다”라고 남은 시즌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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