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해도 이렇게 무기력할 수가 없다. 두산이 9위 추락과 더불어 장기간 승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들의 승리 자판기로 전락했다.
두산 베어스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5차전에서 0-3으로 패하며 8월 6일 광주 KIA전 이후 35일만의 연승 도전이 물거품됐다.
전날 잠실 한화전에서 대거 11득점하며 8월 18일 잠실 키움전 이후 약 3주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두산. 이날도 활발한 공격이 기대됐지만 10위 한화와 5위 KIA 마운드의 전력 차이가 컸다.
두산은 시즌 11패 투수 임기영을 상대로 6회까지 단 1명의 타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 1, 3, 4회가 삼자범퇴였고, 2회 선두 김재환의 중전안타, 5회 2사 후 김재호의 중전안타, 6회 1사 후 정수빈의 좌전안타 모두 득점권과 인연이 없었다.
7회 마침내 2사 후 양석환과 대타 김민혁이 연속안타를 치며 처음으로 1,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한 두산. 그러나 이번에는 김재호가 루킹 삼진으로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은 8회와 9회 KIA 불펜 공략에도 실패하며 결국 무기력한 영봉패를 당했다. 선발 최승용은 6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에도 패전의 불운을 겪은 반면 KIA 임기영은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11패)째를 챙겼다. 지난 6월 21일 광주 롯데전 이후 무려 81일 만에 따낸 승리였다.
두산은 지난 3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백정현의 315일만의 승리 제물이 됐다. 백정현은 지난해 10월 23일 대구 KT전 이후 10개월이 넘도록 승리가 없었지만 두산을 만나 6이닝 2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를 맛봤다. 백정현은 그 때의 기세를 이어 전날 대구 롯데전에서도 7이닝 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승에 성공했다.
왕조 시절 화끈한 공격야구의 대표 주자였던 두산 타선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올 시즌 팀 타율은 한화와 함께 공동 9위(2할4푼8리), 홈런은 76개로 최하위, 장타율은 10위(.354), 출루율은 공동 9위(.321)로 모두 최하위권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팀이 꼴찌 한화와 타격 지표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 주전 타자들의 타율은 김재환 2할3푼5리, 정수빈 2할2푼3리, 양석환 2할4푼9리, 강승호 2할4푼3리, 박세혁 2할5푼3리다. 위의 모든 지표들이 납득이 가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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