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책임질 2022 1차 지명 좌완 이병헌(19)이 장기 재활 끝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병헌은 지난 7일 창원 NC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감격의 데뷔전 첫 아웃카운트는 삼진이었다. 4-11로 뒤진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노진혁을 6구 끝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 이후 김주원의 사구, 이명기의 우전안타, 서호철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손아섭을 좌익수 뜬공으로 막고 이닝을 끝냈다. 7회 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긴 그의 투구수 19개였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이병헌은 “생각보다 긴장되진 않았다. 2군 경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그런 부분은 어려웠는데 막상 던지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퓨처스리그와 비교해 크게 달랐던 부분은 팬들과 그들이 부르는 응원가였다. 이병헌은 “관중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응원가도 들렸다”라며 “과거 TV로 야구를 볼 때 응원가 소리가 방해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로 인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데뷔전의 백미는 첫 아웃카운트와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다. 등장과 함께 3경기 연속 홈런으로 감이 좋았던 노진혁을 삼진으로 돌려보냈고, 2사 만루에서는 KBO리그 최고의 교타자 손아섭을 공 3개로 범타 처리했다.
이병헌은 “첫 삼진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아웃카운트 1개가 늘어난 것뿐이었다. 앞으로 삼진 잡는 일이 많을 것이니 의미를 두진 않았다”라며 “손아섭 선배 타석 때도 아웃카운트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타자가 어떤 선수인지 의식하지 않았다”라고 되돌아봤다.
김주원의 사구와 관련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병헌은 “사구 이후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과를 못 드렸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SNS를 통해 죄송하다고 연락드렸는데 ‘투수니까 맞힐 수도 있고 일부러 맞힌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답장이 왔다.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울고 특급 좌완으로 불렸던 이병헌은 지난해 8월 KBO 신인드래프트서 2022 두산 1차 지명의 영예를 안았다. 7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어 8월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차례로 받고 재활을 진행 중이었지만 151km 강속구와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최고 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이병헌은 이날 직구(12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1개) 등을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였고, 총 투구수 19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11개였다. 1군 첫 경기인 만큼 구속보다는 커맨드와 변화구 구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구속도 수술 전보다는 확연히 줄었다.
이에 대해 그는 “공을 다시 잡는 데까지 10개월 넘게 걸렸다. 공백기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라며 “수술을 받기 전과 후의 신체 컨디션도 다르다. 다시 밸런스를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1군 데뷔전을 치렀으니 앞으로의 각오 또한 남달랐다. 이병헌은 “시즌이 얼마 안 남았지만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계속 기회가 생긴다면 더 씩씩하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던지고 싶다. 또 그럴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끝으로 아들의 데뷔전을 노심초사하며 지켜봤을 부모님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표현을 잘 안 하시는데 경기 끝나고 ‘잘했다’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글자수는 짧아도 진심이 느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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