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NL) 선발투수로 확정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우리 모두 그가 지구 최고의 투수인 것을 알고 있다”며 샌디 알칸타라(27·마이애미 말린스)를 치켜세웠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성적상 NL 최고 투수는 알칸타라였고, 올스타전 선발투수도 그의 몫이어야 했지만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특수성을 감안해 커쇼가 선발로 낙점됐다. 커쇼는 알칸타라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양보해준 것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커쇼가 인정한 최고 투수였던 알칸타라였지만 최근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 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5실점(3자책)으로 흔들렸다. 3회 닉 메이튼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첫 실점을 내준 알칸타라는 4회 J.T. 리얼무토에게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허용했다. 5회에도 수비 실책에 이어 연속 안타. 알렉 봄에게 2타점 3루타를 맞는 등 피안타 8개 중 4개가 장타였다.
9회 2득점을 내며 6-5 역전승을 거둔 타선 지원을 받아 패전은 면했지만 지난 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5이닝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1사구 3탈삼진 6실점 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부진이다. 알칸타라는 경기 후 “팀이 이겨서 좋지만 나의 밤은 아니었다. 사이영상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시즌 후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으니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알칸타라는 지난달 1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까지 시즌 24경기에서 1점대(1.92)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그러나 22일 LA 다저스전 3⅔이닝 10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크게 무너진 뒤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8로 부진이 뚜렷하다. 이 기간 5실점 이상만 3경기.
어느새 시즌 평균자책점도 2.43으로 올랐다. 이 부문 1위를 쭉 유지했지만 이제는 훌리오 유리아스(다저스·2.29), 잭 갈렌(애리조나·2.42)에 이어 이 부문 NL 3위로 밀려났다. NL 유력 사이영상 후보였지만 최근 부진으로 마냥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알칸타라는 올해 196⅔이닝을 던져 이 부문에서 양대리그 통틀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애런 놀라(필라델피아·177⅓이닝)보다 19⅓이닝을 더 많이 던졌다. 지난해(205⅔이닝)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00이닝 돌파가 확실하다. 한 번의 완봉승 포함 4번의 완투에 8이닝 이상 투구만 11경기나 된다. 110구 이상 5경기 포함 100구 이상이 16경기. 투구수 관리에 철저한 현대 야구에 보기 드문 완투형 이닝이터로 꾸준함을 보여줬지만 최근 들어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던 알칸타라가 잠시 주춤하면서 NL 사이영상 레이스도 흥미로워졌다. 최근 41⅓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위(2.42)에 오른 잭 갈렌(애리조나),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밀워키)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2.29) 훌리오 유리아스(다저스)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누적 성적이 유리한 알칸타라가 계속 무너지지 않는 이상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남은 시즌 5차례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되는 알칸타라가 최근 부진을 딛고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