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사적인 홈런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가 더욱 주목받는 건 금지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은 ‘청정 거포’이기 때문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1~3위 기록을 갖고 있는 배리 본즈(73개·2001년), 마크 맥과이어(70개·1998년), 새미 소사(66개·1998년) 모두 금지 약물로 커리어가 흠집나며 명예의 전당에 들지 못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5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저지는 65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61년 양키스 로저 매리스(61개)를 넘어 ‘청정 타자’ 기준으로 최다 홈런이 유력하다.
하지만 의외로 저지는 약물에 관대한 모습이다. 9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저지는 “기록은 기록이다. 내가 어릴 때 본즈가 (오라클파크 장외) 맥코비 만으로 쉽게 넘기는 것을 봤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며 본즈 기록을 인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캘리포니아주 린든 출신인 저지는 어릴 때 자이언츠의 팬으로 자랐고, 본즈의 광팬이기도 했다. 2001년 본즈가 역대 한 시즌 최다 73홈런을 기록할 때 저지는 9살 어린이 팬이었고, 지금도 그 기억은 여전하다.
본즈의 73홈런에 대해선 경외감을 드러냈다. 저지는 “73홈런을 목표로 목표로 하진 않는다. 73홈런이 나온 그해는 정말 비현실적이었고, 따라잡기 어려운 숫자”라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저지의 발언에 ‘청정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 매리스의 아들 로저 매리스 주니어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매리스 주니어는 뉴욕포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저지가 아버지 기록을 진짜 기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 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홈런 기록을 진짜 기록으로 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지의 발언이 놀라운 건 시즌 후 FA가 되기 때문이다. 홈런을 더 치지 않더라도 엄청난 계약을 하겠지만 진정한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되면 훨씬 더 좋은 계약을 할 것이다”며 저지가 본즈를 인정한 것에 의아함을 나타냈다. 시즌 전 양키스의 7년 2억13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거절한 저지는 FA 최대어로 시장에 나온다.
그래도 매리스 주니어는 저지의 역사적인 홈런 레이스를 높이 샀다. 그는 “저지는 강하고 꾸준하다. 베이브 루스에 도전한 아버지 때와 달리 모두가 저지의 기록 도전을 바라고 있다. 아버지가 기록을 갖고 있는 것도 좋지만 기록이라는 건 깨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저지가 한 일에 박수를 보내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며 기록 경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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