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9월 첫 날 확대 엔트리부터 투수를 18명이나 1군에 데리고 있다. 야수 15명보다 3명이나 더 많다.
지난 8일 기준으로 LG·삼성이 16명씩, 키움·KIA·롯데·NC·두산이 15명씩, SSG·KT가 14명씩 투수를 1군 엔트리에 두고 있다. 야수 비율이 더 높은 다른 9개 팀들에 비해 한화의 엔트리 구성은 독특하다.
한화는 9월 이전 28인 엔트리 때도 투수 15명, 야수 13명으로 투수 비중이 높았다. 다른 팀들이 12~14명으로 투수 엔트리를 구성한 반면 한화는 시즌 내내 투수를 야수보다 1군 엔트리에 더 많이 두고 있다.
4월 중순부터 한화는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부상으로 동반 이탈하면서 거의 두 달 동안 국내 투수들로만 버텼다. 마운드의 고갈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물량 작전으로 데미지를 줄여야 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 펠릭스 페냐가 합류한 7월 이후에도 한화 1군에는 투수가 더 많다. 팀 평균자책점(4.92)이 가장 높은 팀으로 기본적인 투수력이 약한 상황에서 투수 1명이 아쉬운 전력이긴 하다. 투수 관리를 중시하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성향도 한 몫 한다.
그럼에도 9월 확대 엔트리에 투수가 18명이나 되는 것은 독특한 구성이긴 하다. 이런 엔트리 불균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베로 감독은 “남은 시즌도 엔트리에 투수를 비슷한 숫자로 가져갈 것이다”며 “2군에 정민규, 유로결, 권광민 등 좋은 야수 유망주들이 있지만 1군에 올라왔을 때 플레잉 타임을 생각하면 2군 경기에 계속 나가며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1군에 와서 경기 중후반 교체나 불규칙적인 선발출장보다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뛰는 게 야수 성장에 바람직하다는 것이 수베로 감독 판단. 수베로 감독은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만 15년을 지낸 육성 전문가다. 시즌 초중반 1군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보완점을 확인한 정민규, 유로결, 권광민 등 코어 유망주들을 급하게 1군에 부르지 않고 2군에서 남은 시즌(18경기) 조금 더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다.
다만 1군에 투수가 너무 많다 보니 엔트리 낭비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선발 5명을 빼면 불펜에만 13명이 있어 모든 투수들에게 고르게 충분한 기회를 주기가 어렵다. 9월 확대 엔트리 이후 한화가 치른 7경기에서 불펜 신정락, 주현상, 류희운은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