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너희가 왜 꼴찌야?”
KT 포수 장성우는 타석에 들어서는 한화 타자들에게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지난 6일 수원 한화전에서 KT는 개인 11연승 중이던 에이스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6회까지 1-4로 끌려다녔다. 고영표는 6이닝을 버텼지만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4실점(3자책)으로 평소보다 고전했다.
장성우는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한화한테 약하다. 한화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올 때마다 ‘왜 이렇게 잘 치냐. 우리가 만만하냐. 도대체 너희가 왜 꼴찌냐’는 말을 했다”며 한화전에 약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튿날 이강철 KT 감독도 “영표가 그렇게 맞는 건 처음 봤다. (한화 타자들이) 직구면 직구, 체인지업이면 체인지업 다 치더라. 코스 안타도 아니고 전부 다 정타였다. 아웃으로 잡힌 타구들도 잘 맞았다. 성우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 보니 ‘잘 치는데요’라고 하더라. 그러면 할 말 없는 것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KT는 지난해 한화 상대로 11승5패로 우위를 점했지만 올해는 유독 안 풀렸다. 시즌 첫 대결에서 승리한 뒤 3연전 스윕패 포함 6연패를 당하며 천적 관계가 형성됐다. 3위 경쟁 중인 키움이 한화 상대로 12승3패 절대 우세를 점하면서 승수를 쌓아놓은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으로 올해도 3위인 KT가 한화만 만나면 고전하는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우리 팀 컨디션이 좋을 때 KT를 만났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이강철 감독은 “한화 선수들이 우리만 만나면 잘 치고, 잘 던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무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7일 한화전에서 11경기 만에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뒤늦게 전 구단 상대 홈런을 완성한 박병호도 “한화 투수들의 볼 배합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한화 대체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는 지난 7월22일 대전에서 KT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6일 수원 경기에서도 KT에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앞서 4경기 연속 4~5실점 패전으로 부진했지만 KT를 만나 반등했다. 노시환(.426), 마이크 터크먼(.356), 김인환(.349) 하주석(.306) 등 한화 주축 타자들도 KT전에서 타율 3~4할대로 유독 잘 쳤다.
하지만 최근 7경기에선 KT가 4연승 포함 6승1패로 우세를 점하며 한화 공포증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6~7일 수원 한화전을 연이틀 역전승으로 장식, 시즌 전적 7승7패로 균형을 맞췄다. 6일 경기는 6회까지 1-4로 뒤지다 7회 4득점 이후 9회 장성우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8-5로 이겼고, 7일 경기도 5회 3득점을 집중하며 4-2로 역전승했다.
KT는 다음주 추석 연휴를 지나 13~14일 대전에서 한화와 시즌 마지막 2연전을 갖는다. 최근 기세를 이어가 한화 공포증을 확실하게 청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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