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하늘 높이 힘껏 던져버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빠던’이 나왔다. 그만의 분노 표출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내야수 진 세구라(32)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 6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2-2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뽑아내며 팀의 3-2 신승을 이끌었다.
이날 단순히 세구라의 끝내기 안타가 화제가 아니었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 나서의 동작 때문에 회자되고 있다.
2-2로 맞선 가운데 맞이한 9회말, 선두타자 알렉 봄이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브라이스 하퍼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이애미 벤치는 J.T. 리얼무토에게 자동고의4구를 지시하며 1루를 채웠다. 후속 타석에 기다리고 있던 세구라와 승부를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마이애미 벤치의 선택은 다소 의문이었다. 메이저리그 대표 공격형 포수인 리얼무토는 올해 타율 2할7푼3리(414타수 113안타) 15홈런 70타점 OPS .806을 기록하고 있었다. 득점권에서는 타율 2할7푼9리(104타수 29안타) 2홈런 48타점 OPS .812. 주자 2루 상황에서는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 9타점 OPS .910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구라의 성적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타율 2할8푼7리(265타수 76안타) 8홈런 27타점 OPS .753를 기록 중이었다. 특히 득점권 타율 3할3푼3리(57타수 19안타) 1홈런 19타점 OPS .839로 리얼무토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올해 전체적인 성적은 다소 떨어지지만 세구라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세구라의 클러치 능력을 간과했다. 결국 세구라는 끝내기 안타로 마이애미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온 몸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기쁨과 분노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세구라는 우익수 방면으로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때렸다. 2루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타구가 외야로 빠진 뒤 세구라는 방망이를 하늘 높이 방망이를 던져 올리는 누구도 상상하지 않은 빠던을 했다. 솟구친 방망이는 한참을 공중에서 머물다가 떨어졌다. 그리고 점프를 하며 포효했다. 2루 주자 하퍼가 득점에 성공하자 더욱 더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MLB.com 등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구라는 “그들이 내 앞에서 계속 볼넷을 내보내자 매우 화가 났다”라면서 “얼마나 높았는지 봤나? 정말 높았나? 아마 그렇게 높게 방망이를 던진 선수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분노의 감정을 담아서 방망이를 던졌다고 밝혔다. 또한 동료들과 끝내기 세리머니 이후에는 헬멧을 땅에 내리쳤고 유니폼을 높게 벗어던지기도 했다.
MLB.com은 ‘마이애미가 의도적으로 리얼무토를 거르고 세구라 자신과 상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다”라고 설명했다.
2012년 LA 에인절스에서 데뷔한 뒤 밀워키 브루워스에서 커리어를 꽃피우기 시작한 세구라는 이후 시애틀을 거쳐 지난 2019년부터 필라델피아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애틀 소속이던 2017시즌 도중, 2018시즌부터 시작되는 5년 7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19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되어 현재까지 활약 중이다. 올해가 장기계약 마지막 시즌. 이번 끝내기 안타는 통산 8번째, 그리고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6번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