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입장에서는 뒤늦게 효자 외국인 타자를 찾았다. 잭 렉스(29)는 후반기 팀에 합류해 나무랄 데 없는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선수,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팀을 위할 줄도 안다.
롯데 렉스는 지난 6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3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렉스의 활약으로 5강 추격의 마지막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된 롯데다. 4경기 차이까지 좁혔다.
0-1로 뒤진 1회말 무사 2루에서 역전 투런포, 그리고 8회말 무사 1,3루에서 결승타를 터뜨리면서 팀 득점의 순간, 중심에 자리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DJ 피터스를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렉스는 후반기 들어서 큰 적응 기간 없이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했다. 적응을 넘어서 리그 최상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34경기 타율 3할3푼6리(134타수 45안타) 7홈런 20타점 25득점 OPS .964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서 더할나위 없는 성적이다.
이미 KBO리그에 데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7월 24일 사직 KIA전에서 데뷔했다. 다른 구단들이 이미 렉스에 대한 공략법, 약점 등을 파악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제들을 뚫고 렉스는 순조롭게 적응하며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그는 “나는 항상 불편한 것을 최대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중점으로 삼고 있다”라면서 낯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이어 “또 다행인 것은 팀원들이 굉장히 좋고 다른 스태프나 프런트 직원들, 그리고 팬 분들이 모두 나에게 잘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시간에 리그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날 렉스에게 눈에 띄었던 장면은 1회 홈런 이후 타석이었다. 3회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에는 무사 1루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댔다. 결과는 파울. 하지만 KIA 수비진이 3-유 간을 사실상 비워두고 우측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친 것에 대항하기 위한 자세였다. 이날 경기 뿐만 아니라 렉스는 종종 상대 수비 시프트를 살펴보고 번트 모션을 취한다. 기습번트가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지만 한 번씩 시도를 하면서 상대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성공이라는 결과, 그리고 앞선 타석의 기억을 잊고 팀 승리만을 생각하며 번트 모션을 취했다고 한다. 그는 기습번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상황에 맞게 경기를 하려고 한다. 안타를 쳐서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번트 안타로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팀 승리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그래서 나는 항상 팀 승리를 위한 타격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번트도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실력에 더해 활발하고 주위의 조언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성격으로 신망이 두텁다. 단기간에 신뢰를 얻었다. 왜 롯데가 뒤늦게 교체를 했는지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렉스의 활약이다.
후반기 벌써 7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두 자릿수 홈런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리고 팀 퍼스트의 정신도 내재되어 있다. 과연 렉스의 질주는 시즌 종착역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