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제일 무섭다.”
이강철 KT 감독이 올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상대는 꼴찌 한화다. 올해 한화만 만나면 이상하리만큼 경기가 안 풀렸다. 첫 경기 승리 후 내리 6연패. 지난 5월27~29일 수원 3연전에는 싹쓸이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4연승을 거두며 만회하는가 싶었지만 지난달 7일 수원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5-6으로 패했다.
6일 수원 경기 전까지 한화전 6승8패 열세. 올해 한화 상대로 유일하게 우세를 점하지 못한 팀이 KT였다. 6일 경기를 앞두고도 이강철 감독은 “한화는 우리만 만나면 (경기력이) 올라온다. 다른 팀 상대로 안 좋다가도 우리만 만나면 잘한다. 우리가 만만한가”라며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엄살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도 KT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개인 11연승으로 거칠 것 없는 기세였던 선발투수 고영표가 1회부터 1점을 먼저 내줬다. 3회 마이크 터크먼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고, 6회에는 견제 실책으로 허무하게 추가 실점했다. 6회까지 버텼지만 4실점(3자책)으로 평소 고영표답지 않은 투구를 했다. 반면 앞서 4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8.50으로 부진했던 한화 선발 예프리 라미레즈는 이날 KT 상대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6회까지 한화가 4-1로 앞서는 가운데 KT 덕아웃에선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2사 후 한화 타자 장운호의 2구째 파울 타구가 1루 쪽 KT 덕아웃 안으로 향했다. 총알 같은 파울 타구가 경기를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의 허벅지를 맞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아찔한 상황. 순간적으로 통증이 컸을 텐데 이 감독은 표정을 크게 찡그리지 않고 떨어진 공을 잡아 다시 그라운드 밖으로 보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풀리던 차에 덕아웃으로 날아든 파울 타구가 감독을 맞혔다. 분위기가 더 크게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이 감독의 한마디가 덕아웃 공기를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맞아서 액땜했으니 역전할 것 같다”는 말로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북돋았다.
실제 KT는 7회 한화 구원 장시환 상대로 앤서니 알포드의 볼넷을 시작으로 대타 김민혁의 안타, 심우준의 번트 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조용호의 밀어내기 볼넷, 상대 실책과 박병호의 희생플라이, 상대 폭투를 묶어 4득점하며 역전했다.
9회초 2사 후 마무리 김재윤이 동점 적시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9회말 장성우의 스리런 홈런이 터지며 8-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3연승을 달리며 3위 키움에 다시 반경기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경기 후 장성우는 “감독님이 파울 타구에 맞고 나서 선수들에게 ‘내가 액땜했으니 역전할 것 같다’고 하셨다. 진짜로 감독님이 액땜을 하셔서 잘 풀린 것 같다. 아프실 텐데 아픈 티도 안 내셨다”며 이 감독을 ‘수훈갑’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해줬다”고 선수단에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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