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장시환(35)이 18연패 직전까지 갔다. 후배 노시환(22)이 9회 투아웃 패배 직전에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18연패 불명예를 어렵사리 모면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18연패 기록을 보유 중인 심수창(41)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안도했다.
장시환은 6일 KT전에서 7회 구원등판,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안타와 볼넷 2개로 내주며 4실점(1자책)으로 무너졌다. 4-1로 3점 리드 상황에 투입됐지만 역전은 순식간이었다.
선두타자 앤서니 알포드를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게 불행의 씨앗. 대타 김민혁의 중전 안타로 이어진 1사 1,3루에서 심우준이 초구에 투수앞 번트를 댔다. 스퀴즈 번트라고 생각한 장시환이 공을 잡고 홈을 바라봤지만 3루 주자 알포드는 뛰지 않았다. 3루와 홈 사이 중간 지점에서 머물다 3루로 돌아갔다.
당황한 장시환은 3루, 1루 어느 곳에도 송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발 빠른 심우준이 1루를 여유 있게 점령했다. 번트 안타가 되면서 이어진 무사 만루 위기. 장시환은 조용호에게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수 17개 중 스트라이크가 8개로 볼(9개)이 더 많을 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다.
한화는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필승조' 박상원을 투입했다. 박상원은 배정대를 2루 뜬공 처리했으나 황재균의 우측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장진혁의 글러브 끝을 맞고 떨어지는 실책이 되면서 1실점했다. 이어 박병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4-4 동점이 됐고, 계속된 2사 1,3루 강백호 타석에서 폭투로 역전 점수까지 내줬다. 장시환이 남긴 3명의 책임 주자 모두 홈에 들어왔다.
한화 타선이 9회 2사까지 득점을 내지 못하면서 장시환은 개인 18연패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2사 1,2루에서 노시환이 KT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고, 2루 주자 하주석이 홈을 밟았다. 5-5 동점으로 장시환의 패전 요건이 사라졌다. 이름이 같은 후배 노시환이 장시환을 역대 최다 연패에서 구해냈다.
장시환은 지난 2020년 9월27일 대전 NC전 선발패부터 올해 7월29일 대전 두산전 구원패까지 17연패 중이다. KBO리그 역대 2위 기록으로 이 부문 1위는 심수창 해설위원이 갖고 있다. 심 위원은 LG 소속이던 2009년 6월26일 문학 SK전부터 넥센으로 옮긴 201년 8월3일 대구(시민) 삼성전까지 18연패를 당한 바 있다. 13연패까지 선발패로 쌓았던 장시환은 지난해 막판부터 구원으로 보직을 바꿨다. 구원으로 14세이브 5홀드를 챙겼지만 승리 없이 4패를 추가하며 심 위원의 기록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장시환은 2011~2013년 넥센 시절 심 위원과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지난해부터 장시환을 향해 “내 기록을 넘보지 말라”며 농담 섞인 응원을 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후에도 심 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시환 정신 차리자. 18연패는 나 혼자로 괜찮다. 무거운 짐은 내가 안고 갈게. 17연패 거기까지만 하자’며 ‘오늘 내 기록 깨질 뻔했네. 시환아 다음 경기 승리투수 가자. 할 수 있다’는 글로 다시 한 번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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