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포스트 김재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재호 이후 17년 만에 1차 지명한 안재석도, 수비력을 보고 보상선수로 지명한 박계범도 유격수 글러브만 끼면 실수를 연발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두산은 지난 6일 창원 NC전에서 통한의 3-4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브랜든 와델이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2실점)를 작성했고, 타선이 NC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 상대 1회에만 대거 3점을 뽑으며 3-2로 앞선 채 후반부를 맞이했지만 실책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왕조 시절 수비 하나만큼은 물 샐 틈이 없었던 두산. 그러나 세월이 야속했다. 3-2로 리드한 8회 2사 3루서 투수 정철원이 손아섭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한 상황. 이닝 종료가 예상됐지만 유격수 박계범이 타구를 잡아 1루에 악송구를 범하며 3루주자 김주원에게 홈을 허용했다. 1루수 양석환의 불안한 포구 자세 이전에 박계범의 송구 자체가 부정확했다. 이후 두산은 박건우에게 1타점 역전 2루타를 맞고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두산은 2021시즌에 앞서 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유격수 김재호를 3년 25억원에 잔류시켰다. 계약 당시 3년이라는 기간은 두산이 멘토 김재호 아래 차세대 유격수를 구하는 세대교체의 시간으로 여겨졌다. 2023시즌 계약 만료와 함께 은퇴 가능성이 높기에 천재 유격수의 빈자리를 대신할 젊고 유망한 유격수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였다.
김재호의 뒤를 이을 유격수 후보군은 크게 3명으로 좁혀졌다. 2021년 2월 상무에 입대한 이유찬, 2021 1차 지명의 안재석, 2021시즌에 앞서 오재일 보상선수로 입단한 박계범이 그들이었다. 일단 이유찬은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이니 두산은 작년부터 안재석, 박계범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특히 신인 안재석은 입단과 함께 롤모델이었던 김재호에게 직접 수비를 배우며 제2의 김재호 탄생을 향한 기대를 높였다. 두 선수의 2021시즌 또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맞물려 무난하게 흘러갔다.
두산은 김재호 계약 2년차인 올해 안재석 육성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김재호가 유격수로 469⅔이닝을 소화 중인데 안재석이 459⅔이닝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안재석에게 김재호만큼의 기회를 부여 중인 상황. 박계범은 101이닝. 그런데 문제는 안재석이 99경기 타율 2할1푼3리의 타격 부진과 함께 수비에서도 실책 15개를 범하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공수에서 모두 이른바 2년차 징크스를 제대로 겪는 중이다. 박계범의 경우 송구 능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올 시즌도 어느덧 28경기밖에 남지 않았고, 김재호의 계약 마지막해인 2023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아울러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된 그의 출전 시간 또한 시간이 거듭될수록 줄어들 전망.
두산은 이왕이면 김재호가 현역으로 있을 때 새 주전 유격수를 발굴하는 게 목표다. 성공적인 리빌딩 뒤에는 성공한 베테랑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유격수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야수진의 리더다. 그만큼 대체자를 찾는 게 어렵지만 어느 포지션보다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김재호의 후계자를 찾지 못한다면 야수진의 리더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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