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왜 이리 빵떡이 됐냐.”
한화 내야수 이도윤(26)은 전반기를 마친 뒤 2군 퓨처스 팀으로 내려갔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전반기 내내 1군에서 뛰었던 이도윤은 오랜만에 만난 퓨처스 코치들로부터 “살이 너무 찐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1군에 있을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체중 변화가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도윤은 “2군에 내려가자마자 코치님들께 얼굴이 왜 이리 빵떡이 됐냐는 말을 들었다. 살이 찐 게 실감이 났고, 2군에 있는 동안 개인 운동을 많이 했다. 한 달 반 2군에 있으면서 4kg 정도 체중 감량을 했다. 코치님들도 ‘다시 돌아왔네’라고 말씀하시더라. 얼마나 쪘으면…”이라며 멋쩍어했다.
9월 첫 날 확대 엔트리를 맞아 가벼워진 몸으로 1군에 돌아온 이도윤. 지난 4일 대전 NC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기회를 얻었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전날 도루 시도 중 오른 엄지손가락 타박상으로 보호 차원에서 빠졌고, 이도윤에게 모처럼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인생 경기를 했다. 1회 중전 안타, 4회 우중간 2루타로 두 타석 만에 멀티 히트를 완성한 뒤 5회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7회에는 1사 만루에서 좌중간 2루타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를 터뜨렸다.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 4출루 경기. 데뷔 후 최고의 활약으로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이도윤은 “(1군에서) 이렇게 안타를 많이 쳐본 것도 처음이고, 타점을 많이 한 것도 처음이다. 출루를 4번이나 한 것도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좋은 것을 넘어서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1군에 다시 올라올 때 ‘또 2군에 내려가면 답이 없다. 1군에 계속 붙어있어야겠다’는 각오로 왔다. 2군에서 코치님들 도움으로 웨이트 많이 하고, 방망이도 많이 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도윤은 2018년 2경기 1타석을 끝으로 입대했다. 현역으로 군목무를 마친 뒤 2020년 10월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부임 후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 지난해 56경기, 올해 62경기를 뛰었다.
수베로 감독은 “이도윤은 항상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하는 선수다. 우리 팀 내야 주전이 어느 정도 세팅돼 있어 경기를 많이 뛸 수 없지만 늘 파이팅을 내면서 훈련을 이끈다”며 애정을 보냈다. 통산 1할대(.184) 타율로 타격이 약하지만 전천후 내야수로 수베로 감독이 수비에서 믿고 있는 자원이다.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 투수로도 2경기 던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이후 투수는 처음이다. 마운드가 멀더라”며 웃은 이도윤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는 것에 반이라도 했으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이 나올 텐데…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남은 시즌 다치지 않고 경기에 나갈 때마다 주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싶다. 어디든 제자리인 것처럼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