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휴식의 독배를 한동안 들이켰고 다른 구단들은 한 번쯤은 시행하는 로테이션 건너뛰기의 휴식도 없었다. 결국 그 여파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롯데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의 1년차 못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27)는 올해 KBO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다. 28경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39(172⅔이닝 65자책점) 41볼넷 159탈삼진 WHIP 1.16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4일 사직 LG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올해 반즈는 리그 정상급 외국인 투수라고 불려도 무방하다.
4월 한 달 간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5(41⅓이닝 3자책점)의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했던 반즈였다. 특히 4일 휴식 턴을 소화하면서 자주 마운드에 오르며 KBO리그 타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4일 휴식 턴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있었다. 시즌 막판 승부수를 띄우는 시점이 아닌, 시즌 초반부터 4일 휴식 턴을 소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에이스가 마운드에 자주 올라와서 팀을 이끌어주고, 또 다른 젊은 선발 투수들의 휴식일을 번갈아가며 보장해주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레이스로 살펴보면 역기능이 더 많았다. 4일 휴식 등판이 이어질수록 결국 스태미너가 고갈되고 컨디션 관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KBO리그에서 자리가 잡힌 5일 휴식 로테이션을 흔들어서 선발투수들의 루틴 관리에도 어려움을 줄 수도 있었다.
외국인 투수인 반즈, 외국인 감독 래리 서튼, 그리고 당시 외국인 1군 투수코치였던 리키 마인홀드가 의견을 모아서 4일 휴식 로테이션을 밀어붙였다. 시간이 지나자 결국 역기능이 더 도드라졌다. 이미 내부적으로도 반즈의 체력을 우려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들쑥날쑥한 피칭을 펼쳤다. 여기에 투타의 불협화음까지 겹치며 반즈는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기들이 많아졌다.
5~6월 11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4.31(64⅔이닝 31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4월의 면모를 생각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4월과 비교했을 때 피안타율은 2할1푼1리에서 2할7푼1리로, 피OPS는 .538에서 .712로 상승했다.
결국 마인홀드 투수코치가 개인사로 미국으로 떠났고 임경완 투수코치가 메인 파트를 맡으면서 반즈의 4일 휴식 로테이션도 철회됐다. 7월 이후 성적은 11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4.19(66⅔이닝 31자책점), 피안타율 2할4푼1리, 피OPS .600의 성적이다. 4월의 압도적인 면모는 이미 사라졌지만 좋지 않았던 5~6월의 시기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KBO리그의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수행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 라는 가정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4일 휴식이라는 독배를 들이키고도 반즈는 롯데 외국인 선수 중 역대급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반즈와 스타일이 유사하다고 평가를 받으면서 롯데 구단 최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브룩스 레일리(탬파베이 레이스)의 데뷔 시즌을 뛰어넘었다.
레일리는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31경기 11승9패 평균자책점 3.91(179⅓이닝 78자책점), 57볼넷, 134탈삼진, WHIP 1.33의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가 다소 타고투저의 리그였던 것을 감안하면 레일리도 정상급 성적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반즈의 탈삼진 능력(반즈 159개, 레일리 143개)과 피홈런 억제력(반즈 6개, 레일리 20개)은 레일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스탯티즈’ 기준 데뷔시즌 WAR은 반즈가 3.18로 레일리의 3.87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롯데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에 버금가는, 오히려 더 넘어서는 성적을 거둔 것은 롯데의 외국인 투수 선택이 훌륭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더 훌륭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관리와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