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싸움이 한창일 때 만나는 최하위 팀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1승이 절실한 가운데 그 1승을 상대적으로 쉽게 따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진을 거듭하던 키움은 지난 1~2일 고척 한화전 스윕으로 다시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디펜딩챔피언 KT 위즈에게 이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한화만 만나면 펄펄 나는 다른 상위권 팀들과 달리 KT는 올 시즌 한화에 상대 전적 5승 7패 열세에 처해 있다. 한화가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구단이 바로 KT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9년에도 한화와 8승 8패 백중세를 보였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11승 5패를 거두며 독수리 포비아에서 탈출하는 듯 했으나 4년차인 올해 다시 한화 상대 마법이 통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SSG(한화 상대 7승 4패), LG(9승 2패), 키움(12승 3패), KIA(11승 2패) 등 다른 상위권 팀들은 한화에게 무척 강하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와 강백호가 이탈했던 시즌 초반 한화에게 크게 밀렸다. 4월 8일 첫 맞대결은 4-2 승리였지만 이튿날부터 7월 22일까지 무려 한화전 6연패에 빠지며 한때 상대 전적이 1승 6패였던 시기가 있었다. 5월 27~29일 수원 3연전 스윕패가 치명적이었다. 이후 7월 23일부터 8월 6일까지 다시 한화전 4연승을 달렸고, 최근 맞대결이었던 8월 7일 대전 경기서 5-6 석패했다.
올해 한화전을 보면 공교롭게도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맞대결이 잦았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4경기)를 비롯해 펠릭스 페냐(2경기), 예프리 라미레즈, 닉 킹험(이상 1경기) 등 12경기 중 무려 8경기서 원투펀치급 투수를 상대했다. 6일 수원 경기 선발도 라미레즈. 최근 현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잔여 경기 일정을 체크하면서 “한화가 제일 무섭다. 올해 이상하게 한화만 만나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 1일 4위로 떨어진 KT는 3~4일 광주 KIA 2연전 스윕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위 키움과의 승차도 1.5경기로 좁힌 상황. 이제 남은 25경기 목표는 명확하다. 어떻게든 3위를 차지해 준플레이오프로 창단 3번째 가을야구를 출발해야 한다. 3위와 4위의 갈림길에서 만난 한화와의 승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KT는 6일 2연전 기선제압을 위해 에이스 고영표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기록은 22경기 13승 5패 평균자책점 2.85로, 개인 11연승 및 14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인 상황. 올해 한화 상대로도 2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19로 강했다. 다만 KT 타선 또한 7월 22일 대전에서 라미레즈 상대로 7이닝 동안 무득점으로 꽁꽁 묶이며 데뷔 첫 승을 헌납한 기억이 있다. 이날도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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