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작년 가을이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일 때다. (베어스) 팀 내에 미묘한 움직임이 있었다. 비공식 TF 결성이다. 마치 결사조직 같은 비장한 모임이다. 이들의 목표는 타도 LG? 타도KT? V7? 천만에. 바로 ‘박건우 잔류 프로젝트’다.
멤버는 달랑 두 명이다. 허경민, 정수빈. 1990년생 동기들의 작전이다. 1년 전, 3루수가 중견수에게 써먹던 수법 그대로다. “그 때 정말 귀찮을 정도로 경민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딴 데 가지 말고 계속 함께 뛰자는 얘기만 지겹도록 하더라구요.” (정수빈)
둘은 줄기차게 전화했다. 한 말 또 하고, 또 했다. “건우야, 딴 생각 하지마라.” 하지만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SNS에 손편지 하나가 올라왔다. "정수빈, 허경민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두산에서 같이 은퇴식을 하자고 했던 약속을 못 지키게 돼 너무 미안하다." (박건우)
왕조 앞에 낯선 숫자다. 두산이 9위로 내려앉았다. 8위로 떨어진 게 보름 전이다. 그래도 설마했다. 작년에도 저러다가 KS까지 갔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추스르지 못하고 계속 내림세다. 결국 삼성전(3일) 패배로 한 단계 더 내려갔다.
7년간은 마지막 날까지 야구했다. 그런 위세는 사라졌다. 승률 5할에서도 17게임이나 빠진다(48승 2무 65패). 가을야구는커녕 최다패 걱정하게 생겼다.
김태형 감독은 갑갑한 상황이다. “타선이 약해졌다. 중심 타선의 컨디션이 안 좋으니 힘이 떨어진다. 팀이 약해지면 계속 강한 투수들을 만나게 된다.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김재환은 부상 탓에 정상이 아니다. 호미페도 예전 같지 않다. 10경기 타율이 0.162이다. 선발 라인업에도 빠지게 생겼다. 허경민 정도가 그나마 버텨준다. 팀타율(0.249)은 한화(0.248)와 1리 차이다. 홈런 숫자(72개)는 아예 꼴찌다.
이런 현실은 당연하다. 그동안 출혈이 오죽 심했나. 김 감독 재임 기간만 따져보자. 왕조로 불리는 시절이다. 5년간 7명이 FA로 빠져나갔다. 반면 외부 유입은 ‘제로’였다.
이 중 이용찬을 제외한 6명이 야수들이다. 한결같이 중심을 잡아줄 타자다. 클린업 트리오 2개도 꾸릴 명단이다. 금액으로 환산해보자. 7명의 총액은 539억원이다. MVP급 FA 4명도 충분한 예산이다.
이를테면 양의지나 김현수 같은 간판 4명이 빠져나간 셈이다.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따름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