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토종 에이스 김민우(27)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프로 데뷔 8년차에 거둔 첫 완투승. 한화 20대 국내 투수로는 10년 전 류현진(토론토) 이후 처음이다.
김민우는 지난 4일 대전 NC전에서 9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총 투구수 106개로 9회 끝까지 혼자 책임졌다. 지난 2015년 데뷔한 김민우의 첫 완투승.
2회 노진혁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선제점을 내줬지만 나머지 이닝은 모두 0점으로 막았다. 경기 중반까지 직구 위주로 맞혀 잡는 피칭을 했지만 삼진이 필요할 때는 삼진도 잘 잡았다. 5회 1사 2루에서 김주원과 박민우를 각각 커브, 포크볼로 연속 헛스윙 처리했다. 9회 마지막 타자 오영수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완투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민우는 “9회 마지막을 삼진으로 그림 좋게 끝내고 싶었다”며 웃은 뒤 “완투를 의식하진 않았지만 7회 던지고 내려온 뒤 투구수 조절만 잘하면 9회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NC 타선이 두 바퀴 돌 때까지 직구를 많이 던져 범타를 유도한 것이 잘됐다”고 설명했다. 7회까지 투구수가 88개로 적절했고, 9이닝 106개로 마무리했다.
한화 투수의 완투승은 지난 2020년 5월5일 문학 SK전 개막전에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 워윅 서폴드 이후 2년 만이었다. 국내 투수 기준으론 2019년 4월7일 사직 롯데전 장민재(6이닝 1실점)가 있는데 6회 강우콜드 완투승이었다.
9이닝 기준으로는 2017년 6월10일 대전 삼성전 배영수(9이닝 2실점)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배영수는 만 36세. 20대 투수로는 2012년 7월24일 대전 롯데전 류현진(9이닝 3실점) 이후 10년만의 완투승이었다. 김민우는 지난해 14승으로 2010년 류현진(15승) 이후 한화 토종 투수 최다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부침을 겪고 있다. 한 번도 로테이션 이탈 없이 24경기 133이닝을 던지고 있지만 5승10패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 투수 21명 중 유일한 5점대 평균자책점. 9번의 퀄리티 스타트에 비해 승운이 없긴 했지만 김민우 스스로 무너진 경기도 많았다.
완투승을 거둔 이날도 김민우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인데 솔직히 뭔가를 얻었다고 말하기 좀 그렇다. 좋지 않은 시즌이지만 지나간 것도 기억하며 현재를 보내고 내년을 준비하려 한다. 호세 로사도, 이동걸 투수코치님과 전력분석팀 도움으로 내년 시즌을 생각해 로케이션이나 팔 스윙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노력 끝에 나온 완투승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완투승만큼 스포츠맨십도 돋보였다. 김민우는 1회 이닝을 마친 뒤 2루 주자였던 NC 박건우에게 모자를 벗어 사과 의사를 표했다. 1회 첫 타석에 초구 몸쪽 직구가 얼굴 쪽으로 향하면서 박건우가 깜짝 놀라 넘어지기도 했다. 5구째 공도 몸쪽 높게 들어가면서 볼넷으로 이어졌다.
김민우는 “몸쪽 공이 계속 손에서 빠졌다. 건우형이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일부러 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작년에도 건우형이 제 공에 머리를 맞은 적이 있다. 건우형도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김민우는 지난해 9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박건우 상대로 던진 포크볼이 머리를 맞힌 바 있다. 직구가 아니라 헤드샷 퇴장은 당하지 않았다. 두 선수는 지난해 도쿄올림픽도 함께한 바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