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잘못봤다".
지난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심판위원이 삼진콜을 정정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1-0으로 앞선 KIA 6회말 공격이었다. 1사후 최형우 상대로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볼카운트 2-2에서 회심의 커브를 던졌다. 큰 궤적을 그리며 가운데로 향하던 볼은 포수 무릎 아래쪽으로 낮게 떨어졌다.
선구안이 좋은 최형우는 그대로 지켜봤다. 문승훈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며 삼진콜을 했다. 문 심판위원은 최형우가 황망한 얼굴표정을 짓자마자 곧바로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며 볼판정을 정정했다.
이번에는 데스파이네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두 팔을 벌려 항의하는 제스쳐를 했다. KT 더그아웃에서 이강철 감독이 나와 "왜 찢어놓고(삼진을 의미) 정정했는가?" 라고 항의했다.
문 심판위원은 "미안하다. 내가 잘못봤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더 이상 항의없이 미소까지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데스파이네에게도 "미안하다"는 의미로 멋적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데스파이네도 마운드로 올라갔다. 모두 볼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듯 했다. 죽었다 살아난 최형우가 중전안타를 때렸다. 이어진 2사1루에서 황대인이 1루 선상을 빠지는 2루타가 나왔다. 실점으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외야진의 정확한 중계플레이로 주자를 홈에서 잡아냈다. 볼판정 정정이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 심판위원은 예전에도 볼판정을 정정한 바 있다. 2012년 5월 12일 넥센과 SK 문학 경기였다. 2-3으로 뒤진 넥센의 마지막 공격 2사1루 장기영 타석에서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낮은 볼을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다가 볼로 정정했다. 그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경기를 재개했다. 경기는 그대로 SK가 이겼다.
문 심판위원은 31년차 베테랑이다. KBO 심판위원 가운데 볼판정과 룰 적용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심판위원은 "포수 미트가 낮게 떨어지더라. 내가 잘못봤다.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구심이 볼판정을 정정하는 일은 흔치 않다. 베테랑 심판 소신이 두 번이나 정정한 셈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