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 사례1. (3일 SSG-키움, 문학경기)
9회 말. 홈 팀 SSG의 마지막 공격이다. 스코어 1-2로 뒤졌다. 4번 최경모 타석에 대타가 나온다. 김강민이다. 2구째를 정확히 공략했다. 좌익수 옆을 빠지는 2루타다. 관중석은 환호한다. 동점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다음 타자는 후안 라가레스다. 벤치에서는 보내기 사인이다. 외국인 선수인데? 괜찮을까? 의구심은 단번에 사라진다. 깔끔한 번트 성공이다. 1사 3루, 그것도 빠른 주자다. 벌써 2-2가 된 것 같은 분위기다.
연속된 작전(대타+보내기) 성공이다. 김원형 감독은 작두를 탔다. 또다시 타임을 건다. 오태곤 타석에 대타 하재훈이다. 외야로 하나 띄워 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포크볼 4개에 당했다. 헛스윙 삼진이다. 마지막 타자 박성한도 마찬가지다. 2루수 땅볼로 ‘경기 끝’이다.
# 사례2. (3일 KIA-KT 광주경기)
8회 말. 홈 팀이 1-2로 열세다. 선두 박찬호가 볼넷을 얻었다. 이어 견제구가 빠진다. 한 베이스를 거저 얻었다. 무사 2루가 되자 타자(고종욱)의 자세가 바뀐다. 3구째 보내기 번트다. 어렵사리 성공한다. 1사 3루에 중심 타선이 걸린다.
3번 나성범은 자신감이 넘친다. 초구부터 공격적이다. 그런데 웬걸. 체인지업에 걸렸다. 투수 앞 맥없는 땅볼이다. 3루 주자는 스타트를 했다가 황급하게 돌아갔다. 이날 승부의 갈림길이었다.
어제(3일)도 관련된 얘기를 올렸다. ‘알포드 빼고 대타 번트, 문제는 혹시 강백호 아닐까’ (http://osen.mt.co.kr/article/G1111934493)라는 제목이다. 전날 수원 LG전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상황이 흡사하다. 3게임 모두 홈 팀이 뒤진 경기 종반이다. 8회 말, 혹은 9회 말이었다. 스코어는 한결같이 1-2였다. 전개 과정도 똑같다.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 성공. 그러나 1사 3루를 만들고, 득점에는 실패했다. 결국 경기도 패하고 말았다.
시즌 종반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당장 1승이 아쉽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조심스럽다. 심지어 소극적이다.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그 상황이면 누구라도 번트가 일감이다. 일단 3루에 놓고 확률을 높이고 싶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얘기를 한다. 1사 3루가 무사 2루보다 기대득점(Run Expectancy)이 낮다. 유명한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집계한 수치다. 1950년~2015년까지 모든 경기를 분석했다. 시대별로 분류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여기에 따르면 당장 1점을 얻을 확률은 1사 3루가 66.0%다. 반면 무사 2루는 61.4%다. 5% 미만으로,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아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대득점이다. ‘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점수의 기대치는 얼마냐’는 역사적 통계치다. 무사 2루일 때 1.100, 1점이 조금 넘는다는 의미다. 1사 3루는 0.950이다. 1점이 조금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간단하다. 굳이 아웃 카운트와 베이스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대입할 변수는 다양하다. 타순, 상대 투수, 대타 자원, 주자의 능력치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그러나 환산하고, 종합하는 데 주관이 개입되기 십상이다.
혹시라도 강공이 실패하면. ‘일단 보내 놓고 했어야지.’ 그런 추궁과 비판도 걱정된다. 순리대로 하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왠지 팬들도 납득할 것 같다. 그런데 아니다. 이 상황의 번트는 유혹이고, 환상이다. 심지어 책임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세가 아니다. 적어도 통계는 그렇게 얘기한다.
요즘은 감독 채용 때 인터뷰 절차가 일반화됐다. 그 자리에서 한 번쯤 물어볼 일이다. “경기 종반, 무사 2루가 되면 번트를 대시겠습니까?”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