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첫 세이브로 감격했던 사이드암 투수 제이크 리드(30)가 그로부터 3일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4년 연속 메이저리그 팀 평균자책점 전체 1위인 ‘투수 왕국’ 다저스에서 그가 설자리는 없었다.
다저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을 앞두고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있던 우완 투수 블레이크 트라이넨을 28인 현역 로스터에 복귀시키면서 리드를 양도 지명(DFA) 처리했다. 다저스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리드는 방출 절차를 밟는다.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해까지 다저스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트라이넨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기존 투수 14명 중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 했다. 3일 전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콜업된 우완 투수 히스 헴브리와 리드가 유력 후보였는데 다저스는 리드를 DFA 처리하기로 했다.
놀라운 결정은 아니지만 야박한 구석이 조금 있다. 리드는 지난달 31일 뉴욕 메츠전에서 감격의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며 화제가 됐다. 당시 다저스는 그 전날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을 비롯해 핵심 불펜을 크게 소모하면서 쓸 수 있는 구원투수가 4명뿐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전 리드에게 9회 등판 가능성을 귀띔했고, 실제 4-3으로 앞선 9회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아무도 너의 기회를 빼앗지 않을 것이다”는 말로 리드의 자신감을 북돋았다.
리드는 첫 타자 에두아르도 에스코바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니엘 보겔백을 3루 땅볼로 병살 유도한 뒤 브랜든 니모를 투수 앞 땅볼로 직접 처리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포효했다. 이날 등판 전까지 메이저리그 2시즌 통산 18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6.16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리드였지만 만 30세 늦은 나이에 첫 세이브 감격을 누렸다.
경기 후 리드는 “로버츠 감독 말이 맞았다.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다. 우리 불펜에 던질 투수가 없긴 했지만 나를 믿고 맡겨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공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데뷔전보다 감격적이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며 기뻐했다.
리드는 이튿날에도 1점차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올 시즌 5경기(4⅔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93. 최고의 순간을 보내며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낭만 야구의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첫 세이브를 거둔 이후 3일 만에 DFA 되면서 방출 절차를 밟게 됐다. 리드의 커리어 4번째 DFA로 낯설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아쉬울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