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문보경의 일격이 터졌다. 스코어 2-1. 홈 팀이 다시 열세다. 남은 반격 기회는 두 번이다. 8, 9회만 남았다. 강력한 상대 불펜이 부담스럽다. (9월 2일 수원구장, LG-KT전)
8회 말. 선두 타자는 조용호다. 8구 실랑이가 벌어진다. 146㎞ 빠른 볼이 체크 스윙에 걸렸다. 어정쩡한 내야 땅볼이다. 오지환이 대시 했지만 뒤로 빠트렸다. 데굴데굴. 좌익수 앞으로 구르는 2루타가 됐다.
무사 2루. 기회가 중심 타선에 걸렸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일이 생긴다. 2번 앤서니 알포드 타석에 갑자기 타임이 걸린다. 대타 기용이다. 준비하던 타자는 머쓱하게 빠진다. 대신 송민섭(타율 0.153)이 부랴부랴 배트를 챙긴다.
의도는 뻔하다. 보내기 번트다. 지시는 정확히 이뤄졌다. 타자가 희생되고, 주자는 3루에 안착했다. 1사 3루. 결정적 상황이 3~4번 앞에 걸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기대는 헛되게 끝났다. 3번 강백호가 유격수 플라이, 4번 박병호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코어 2-1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의 구상은 충분히 이해된다. 알포드의 앞 타석은 KKK였다. ‘부진한 타자 대신 벤치 요원을 투입한다. 그래서 작전을 통해 효율을 추구한다.’ 그런 의도는 설득력이 다분하다. 일단 동점을 만들자는 차분함이다.
무엇보다 기발하고, 창의적이다. 외국인 타자를 뺀다는 것도 과감하다. 작전을 위한 대타 기용도 단호하다.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 구상이다. 우승 감독, 그리고 국가대표 사령탑다운 획기적 결단이다.
그러나 반론이다. 그런 방식은 인위적이다. 그리고 기교적이다. 강력함과는 거리가 있다. 실전적이지만, 힘이 없다. 기발함, 창의성. 이런 단어는 치열한 공격성과 호응해야 한다. 효율성, 안정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지난 시즌은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강력하고, 도전적이었다. 투수교체, 로테이션, 공격 작전에서 일관성이 있었다. 그걸 통해 성공도 이뤘다.
마찬가지다. 스코어 1-2에서 무사 2루, 그리고 중심타선이다. 동점이 아니라, 역전을 기획해야 한다. 가장 강한 스윙으로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그게 2021시즌의 KT, 그리고 모든 강팀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또 하나 실패의 요인이다. 강백호다. 알포드의 KKK처럼, 그도 별로였다. 1루수 플라이(1회), 3루 땅볼(4회), 3루 앞 병살타(6회). 한번도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이 타석도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최근 5경기 성적에서도 드러난다. 18타수 동안 1안타에 불과하다. 타율 계산도 민망하다. 0.056이다. 이날도 병살타 후에 헬멧을 팽개쳤다.
1사 3루를 위한 보내기 번트. 이 구상의 초점은 그에게 맞춰진다. 거기서 해결 못하면 어려워지는 작전이다. 감독의 전술은 그런 점도 고려돼야 한다. 알포드의 부족함만 보이고, 강백호에게는 기대치만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조화는 필연적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