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이 형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 꼭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LG 필승조 이정용은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13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35구 호투로 구원승을 챙겼다.
이정용은 1-0으로 앞선 7회 2사 1, 3루 위기서 정우영에게 바통을 이어받았다. 첫 타자인 대타 김민혁에게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김민혁의 도루로 계속된 2사 2, 3루서 심우준을 2루수 뜬공 처리했고, 8회 선두 조용호의 2루타와 대타 송민섭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3루서 강백호를 유격수 뜬공,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후 만난 이정용은 “강백호, 박병호 선수 모두 너무 좋은 선수들이라 코치님이 어렵게 승부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어렵게 하되, 공격적인 투구를 하려고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내 마음을 너무 잘 아는 (유)강남이 형과 좋은 수비수들을 믿고 던진 것 또한 도움이 됐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투구의 하이라이트는 8회 2사 3루 박병호와의 승부였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7구째 절묘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정용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포효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홈런 1위 타자를 잡았다는 희열이 느껴졌다.
이정용은 “사실 슬라이더가 최근에 좋지 않았는데 김광삼 코치님이 직접 타점을 잡아주셨다. 던지는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며 “또한 경헌호 코치님은 마운드에 올라오셔서 믿음을 주셨다. 두 코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박병호를 삼진 처리한 비결을 전했다.
8회 위기를 막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선두 조용호 2루타의 빌미를 제공한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였다. 조용호의 체크스윙에 걸린 느린 타구를 향해 대쉬하다가 이를 뒤로 빠트린 오지환. 곧바로 이정용이 괜찮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오지환을 쳐다봤지만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이정용은 “실책성 안타가 나왔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 동안 (오)지환이 형이 해준 게 더 많았기 때문에 일부러 쳐다보고 웃으려고 했는데 형이 표정도 안 좋고 눈길도 피하려는 것 같았다”라고 웃으며 “그래서 정말 이 위기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7월 평균자책점 9.00으로 잠시 부침을 겪었던 이정용은 8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2.08의 안정감을 뽐내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 이정용은 LG가 마무리 고우석 앞에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다.
이정용은 “여름에 더워서 조금 힘이 들었는데 이제 날씨가 풀렸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 전어처럼 팔딱팔딱 뛰겠다”라는 재치 있는 각오를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