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흘렀다. 두산 왕조의 멤버들도 이제는 성한 곳이 없다. 예전같지 않은 두산의 위력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밟았던 두산의 끈기는 사라졌다.
두산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16으로 대패했다. 전날(1일) 경기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산은 이날 선발 투수로 박신지가 나섰다. 하지만 박신지는 3회를 버티지 못했다. 2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4볼넷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 선취점을 내주고 2회 양석환의 투런포로 흐름을 되찾아왔지만 박신지의 제구는 경기를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4회까지 2-5로 끌려갔다.
하지만 박신지 이후의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박신지 이후 베테랑 임창민이 올라왔지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1피안타 2볼넷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을 기본적으로 볼넷을 남발했다.
박웅이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한 게 그나마 나았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전창민은 2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 최지강은 1⅓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 김동주도 1⅓이닝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무려 12개의 볼넷을 내줬다. 올 시즌 두 자릿수 볼넷은 4차례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타선에서는 왕조멤버의 중심이 아쉬움을 남겼다. 몸이 성한 곳이 없는 ‘천재 유격수’ 김재호라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4회말 두산은 추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김재환, 양석환의 연속 볼넷, 박세혁의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김인태가 삼진을 당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타석에는 김재호가 들어섰다.
김재호는 올해 만루 상황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만, 김재호는 올해 몸이 온전하지 않다. 왼쪽 어깨 통증으로 타격에 먹고 있다. 전날 확대엔트리를 맞이해 다시 1군에 등록됐지만 관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 그러나 강승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재호는 2회 첫 타석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4회 1사 만루 기회에서 모두가 바랐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재호는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겼지만 힘없는 타구가 됐다. 유격수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됐다. 두산은 추격의 기회를 이렇게 놓쳤다. 김재호 한 명 만을 탓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나 예전의 끈질겼던 두산의 힘을 생각하고, 몸이 건강한 김재호라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다. 결국 두산은 추격에 실패했다.
2-6, 4점 차 상황에서 6회초 1사 1,2루의 수비 상황에서는 아쉬운 판단과 몸놀림이 나왔다. 1사 1,2루에서 이대호의 땅볼 타구가 투수 옆을 지나쳐 김재호 방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운드와 타구 속도 계산을 잘못했을까. 김재호는 타구를 천천히 따라가다가 타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자 허리를 급하게 숙였다. 그러나 타구는 허무하게 중견수 방면으로 빠졌다.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될 수 있던 상황이 중전 적시타로 연결됐고 2-7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어진 상황에서 안치홍의 적시타까지 더해지면서 2-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