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제3의 포수 김기연(25)이 확대엔트리 첫날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무려 1455일 만에 포수마스크를 쓰고 1년 후배 고우석과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함께 찍었다.
김기연은 지난 1일 KBO리그 확대엔트리 시행과 함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유강남, 허도환에 이은 제3의 포수였지만 사령탑의 기대는 남달랐다. LG 류지현 감독은 “2군에서 시즌 중반부터 평가가 좋았다. 어깨 부상 탓에 캠프 훈련을 정상적으로 못했지만 통증이 사라지며 선발 출전 경기가 많아졌다”라며 “입대 전부터 공격형 포수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이제 기량을 발휘할 시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진흥고를 나와 2016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기연은 7년차인 올해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1일 전까지 1군 출전은 2018년 2경기가 전부였고, 심지어 1군 타석은 아직 밟아보지도 못했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 주전 포수를 맡아 44경기 타율 2할6푼3리 3홈런 23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고, 이에 힘입어 9월의 첫날 류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LG는 이날 9번 유강남 자리에 잇따라 대타 카드를 사용했다. 0-1로 뒤진 8회초 시작과 함께 유강남 대신 서건창이 타석에 등장했고, 1-1로 맞선 9회 2사 2, 3루서 8회말 대수비로 들어온 허도환 대신 이형종이 나서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어떻게 보면 제3의 포수 김기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수 운용이었다.
김기연은 그렇게 9회말 마무리 고우석과 배터리호흡을 이루게 됐다. 2018년 9월 7일 잠실 NC전 이후 무려 1455일만의 1군 출전이었다. 그리고 박병호-장성우-황재균의 중심타선을 만나 고우석과 함께 11구 삼자범퇴로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만난 김기연은 “초구를 잡은 뒤부터 긴장이 풀렸다. 예전에 수원 KT전에서 (정)찬헌이 형과 1점차 승부를 해본 적도 있다”라며 “출전 준비는 했지만 엔트리 콜업 첫날이라 갑자기 나갈 줄은 몰랐다. 그래도 생각대로 잘 풀려 다행이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기쁘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마무리 고우석과는 입단 초부터 종종 호흡을 맞춘 사이였다. 김기연은 “입단 1년 차이라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예전보다 공이 더 좋아졌더라”라고 놀라워하며 “내가 잘 잡아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투수가 의식할 것 같아 원바운드 공까지 다 받아주겠다고 말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LG는 이날 승리로 선두 SSG와의 승차를 5경기로 좁히며 기적의 우승 도전을 이어나갔다. 제3의 포수 김기연도 확대 엔트리 첫날 그 여정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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