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 전향을 할 때부터 남다른 손재주로 구단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투수’ 나균안의 잠재력은 포수 못지 않았다. 그리고 투수전향 3년차, 이제는 잠시 봉인했던 구종도 다시 자신있게 꺼내들 만큼 남다른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과시했다.
롯데 나균안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00구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대역투를 펼쳤다. 팀의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로 나균안의 인생투는 빛이 바랬다.
나균안은 2020년 투수 전향 당시부터 남다른 손재주를 기대를 모았다. 2군 연습경기 투수 데뷔전부터 포심과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학교 때까지 투수를 했던 만큼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게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첫 투수 실전 경기부터 다양한 구종을 던진 것은 분명 나균안의 남다른 손재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포수로서 잠재력이 뛰어났지만 투수의 잠재력도 못지 않았다.
투수 전향 당시 나균안의 포수로서의 자질을 아쉬워하는 야구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나균안은 투수로 발전을 거듭하며 모두의 아쉬움을 기대감으로 치환시키고 있다. 진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가 지난 1일 두산전이었다. 시즌 중에도 뛰어난 손재주로 뒷받침해서 투구 패턴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 나균안은 포심 46.6%, 포크볼 33.5%, 슬라이더(커터 포함) 18.5% 등 3개가 주요 구종이었다(스탯티즈 기준). 지난해 포심(40%), 투심(10.7%), 슬라이더(15.9%), 스플리터(22.7%), 커브(7.3%), 체인지업(3.3%)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지만 올해는 구종 단순화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 결과 제구가 잡혔고 탈삼진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9이닝 당 탈삼진은 5.24개로 훌쩍 뛰었고 9.67개, 9이닝 당 볼넷은 4.46개에서 2.72개로 확연하게 줄었다.
그런데 이날, 나균안은 기존 포심과 커터, 슬라이더, 포크볼에 커브까지 추가해서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단순히 보여주는 구종이 아닌 결정구로 활용했다. 최고 147km까지 찍은 포심 패스트볼 46개. 포크볼 25개, 그리고 커브 18개, 슬라이더 10개, 체인지업 1개를 구사했다. 올해 나균안의 커브 구사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7.3%였다. 그러나 무려 18%의 비중으로 커브를 던져 경기를 풀어갔다.
11개의 탈삼진 가운데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한 삼진만 5개였다. 패스트볼 3개, 슬라이더 1개, 그리고 그동안의 주무기였던 포크볼 삼진은 단 1개였다. 4회 2사 1루에서 양석환부터 5회 박세혁, 홍성호까지, 3타자 연속으로 커브를 결정구 삼아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나균안의 손재주, 그리고 투구 패턴의 변화가 만든 인생투였다.
이날 나균안의 투구수 100개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고 11개의 탈삼진도 최다였다. 종전 기록들은 모두 올해 나왔다. 지난 8월 20일 사직 한화전(7이닝 2실점 비자책)에서 98개의 공을 던진 바 있다. 탈삼진은 종전 10개로 지난 4월 8일 사직 두산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당시에는 불펜으로 등판해 5이닝을 던지며 삼진 10개를 잡았다.
지난 1일 경기, 7회를 마무리 짓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나균안을 향해 롯데 팬들의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연일 인생투를 경신한 나균안은 그런 환호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