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주전 경쟁 탈락의 아픔은 없다. 대신 이제부터는 1군에서 끈질기게 버티며 팀의 우승 도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로 했다. 마음을 새롭게 먹은 ‘야잘잘’ 이형종(33·LG)은 여전히 LG에 필요한 선수다.
이형종은 지난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2번째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1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LG의 영웅이 됐다.
1-1로 맞선 9회 2사 2, 3루 찬스. 이형종은 허도환의 대타로 등장해 KT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 슬라이더를 지켜본 뒤 2구째 직구(146km)를 제대로 받아쳐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결정적 한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형종은 “며칠 전에 내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해서 오늘은 아웃되더라도 내 스윙을 하자는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섰다. 물론 어려운 상황이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상대 실투를 잘 쳐냈다”라며 “아무래도 3위 KT에 지고 있다가 이기게 돼서 다른 팀을 이겼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타격코치의 원포인트 조언도 결승타의 한 몫을 했다. 이형종은 “이호준 코치님이 직구를 보고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물론 처음에 슬라이더가 와서 조금 당황했지만 내가 대타였기 때문에 반응이 늦을 거라는 판단 속에 직구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난 직구를 끝까지 노렸고, 실투가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서울고를 나와 2008 LG 1차 지명된 이형종은 한때 쌍둥이군단을 대표하는 외야수였다.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을 쓰면서도 2018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고, 결정적 순간 클러치 능력을 앞세워 늘 상위 타선을 담당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90경기 타율 2할1푼8리의 부진 속 커리어가 슬슬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발목 수술에 이은 담 증세로 좀처럼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젊고 유망한 외야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이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형종은 1일 경기 전까지 시즌 10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형종은 “올 시즌이 어려운 시간인 건 맞다. 그러나 한 번 야구를 그만둬봤기에 지금이 힘들지만 잘 버티면서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면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그래서 나 또한 버텨보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그런 가운데 이형종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류지현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모처럼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하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다. 1일 KT전 9회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순간이었다.
이형종은 “경기를 못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오늘 같이 중요한 찬스에서 대타로도 기회를 못 받는 선수들이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2위 LG는 이날 역전승으로 파죽의 5연승을 질주하며 3위 KT와의 승차를 7경기로 벌렸고, 선두 SSG를 5경기 차로 추격했다. 시즌 70승 1무 42패.
이형종은 “팀이 지금 워낙 잘하고 있다. 분위기도 성적만큼 최고다. 나도 거기에 일조할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계속 이기면 1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수들 모두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기적의 1위 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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