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바라보던 우승팀, 11일 만에 다시 4위로…목적지 수정 불가피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9.02 07: 27

얼마 전까지만 해도 2위를 바라보던 디펜딩챔피언 KT 위즈의 최종 목적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 이전에 키움을 먼저 제쳐야 가을야구를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KT는 9월의 첫날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12차전에서 1-3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엄상백이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3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를 펼쳤고, 황재균이 7회 케이시 켈리 상대 선제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마무리 김재윤이 9회 1점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선두 채은성의 안타와 문보경의 볼넷으로 처한 2사 1, 2루서 문성주에게 1타점 동점 2루타, 대타 이형종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KT는 이날 결과로 같은 시간 고척돔에서 한화를 꺾은 키움에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면서 지난달 21일 수원 KIA전 이후 11일 만에 4위로 떨어졌다. 3위 키움과의 승차는 1경기. 5위 KIA와는 7경기 차이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한동안 위만 바라보고 야구를 했던 KT에게 순위 하락은 조금은 맥이 빠지는 결과다.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9회초 2사 1, 2루 상황 LG 문성주에게 동점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내준 KT 투수 김재윤이 땀을 닦고 있다. 2022.09.01 / dreamer@osen.co.kr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뤄낸 KT는 올 시즌 초반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 간판타자 강백호의 부상으로 힘겨운 봄을 보냈다. 급기야 4월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5연패 수렁에 빠지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방황하던 KT는 6월 중순 5위 도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7월 1일 수원 두산전에서 5할 승률을 달성했고,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며 내친 김에 4위까지 올라섰다. 이후 52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4위에 정체돼 있었지만 후반기 상승세와 3위 키움의 부진이 맞물리며 8월 23일 잠실 두산전 승리와 함께 시즌 처음으로 3위 도약의 기쁨을 안았다.
7회초 1사 2루 상황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선발 엄상백-포수 장성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9.01 / dreamer@osen.co.kr
지난달 26일 홈에서 SSG를 꺾고 5연승을 달렸을 때만 해도 4위 하락의 불안보다 2위 도약의 희망이 컸던 게 사실이었다. 물론 4위 키움과의 승차가 0.5경기에 불과했지만 대신 2위 LG를 4경기 차이까지 추격하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향한 희망을 조금씩 키울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도 “가는 데까지 한 번 최선을 다해 가보겠다”라며 2위를 향한 욕심을 넌지시 드러내기도 했던 터.
7월과 8월 월간 승률 2위에 빛나는 KT는 돌연 NC에 발목이 잡혔다. 8월 27~28일 창원으로 내려가 5연승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충격의 2연전 스윕을 당한 것. 컨디션이 좋은 구창모와 신민혁을 차례로 만나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결과였다. 이후 8월 31일 수원 두산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고 3위를 수성했지만 전날 패배를 비롯해 최근 4경기 1승 3패의 저조한 흐름 속 4위로 내려앉았다.
불행 중 다행인 건 KT의 최근 순위 하락 요인이 경기력과는 큰 연관이 없다. 타선이 강백호, 장성우의 복귀로 그토록 바라던 완전체를 이뤘고, 선발진은 외국인선수 2명에 고영표, 소형준, 엄상백까지 전력이 탄탄하며, 최근 이채호, 박영현이 필승조로 승격되며 불펜 뎁스까지 두터워졌다. KT의 부진보다는 키움, LG의 상승세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고 보는 시선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프로는 결과로 모든 걸 말한다. 과정이 어찌됐든 KT는 지금 3위 키움에 1경기 뒤진 4위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2연패를 위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결국 이날 역전패로 현실적 목표치는 2위에서 3위로 하향 조정됐다. 키움이 최근 8경기 6승 2패 상승세를 타고 있기에 일단은 영웅 군단을 1차 목표로 남은 시즌을 치르는 게 옳을 듯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를 치르는 것과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건 천지 차이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