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2사 1,3루 절체절명의 위기. 롯데 자이언츠 벤치와 김원중에게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다시 한 번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완패했다.
롯데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9회 2사 후 마무리 김원중이 양석환에게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1-2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3연패를 당했고 5강 추격에 막바지 스퍼트를 해야 하는 순간,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날 롯데는 선발 나균안이 ‘인생투’를 펼쳤다. 7이닝 100구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7부 능선을 스스로 넘어섰다.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지만 최근 불펜 흐름이 괜찮았다.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의 페이스가 괜찮은 편”이라고 자신했다. 앞선 키움과의 2연전은 1점 차 패배를 당했지만 서튼 감독은 “분위기 나쁘지 않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 투수, 그 중 최후의 보루인 마무리 김원중이 무너졌다. 나균안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이후 8회를 구승민이 1이닝 2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김원중도 첫 타자 허경민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수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일단 호세 페르난데스는 삼진으로 솎아냈다. 2사 1루.
김원중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유리한 고지에서 미끄러졌다. 김재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2사 1,3루 상황에 몰렸다. 이제 롯데 벤치는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많은 작전이 나올 수 있는 주자 상황이었다. 이때 두산은 1루 대주자 박계범이 2루 도루를 감행했다. 롯데는 이중도루의 가능성을 감안해 도박을 하지 않았다. 포수 정보근이 송구를 하지 않았고 내야 센터라인도 적극적으로 커버를 들어가지 않았다. 박계범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1사 2,3루 롯데에 남은 건 양자 택일의. 양석환을 거르면서 비어있는 1루를 채우고 후속 타석의 박세혁과 승부를 펼치느냐, 아니면 양석환과 정면 승부를 펼치느냐였다. 롯데는 양석환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고 1사 2,3루 상황에서 외야진을 전부 앞으로 당겼다. 짧은 안타 때 2루 주자를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그 의지는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 양석환이 친 끝내기 타구가 빗맞았지만 유격수 키를 살짝 넘었고 전진한 중견수 장두성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그리고 홈 송구조차 시도할 수 없는 코스에 떨어졌다.
롯데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마무리 김원중은 양석환을 상대로 통산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였고 후속 타석에 있던 박세혁을 상대로도 12타수 4안타, 역시 타율 3할3푼3리였다. 누구와 승부를 했어도 어려운 승부였다. 그나마 올해 우타자 상대 피OPS가 .689로 좌타자 상대 피OPS .819보다 낮았기에 양석환과의 승부를 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에 결과론이다.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절묘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었다. 결국 '가위바위보' 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서튼 감독이 잘 싸웠다고 했지만 결국 1점 싸움에서 패배했던 키움과의 2연전도 '가위바위보'를 실패했기 때문이다.
30~31일 경기 이정후와의 승부에서 완패를 했고 결국 그 선택이 잘못되면서 연패를 당한 것은 롯데의 패착이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던 싸움. 하지만 롯데에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롯데의 5강 진입 꿈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