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태군은 경기 전 3루수 자리에서 펑고를 받는다. 표정을 보노라면 누구보다 진지하다. 미소도 잘 보이지 않고 공 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손주인 수비 코치는 김태군의 3루 수비 훈련을 두고 "자신만의 루틴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비 훈련을 소화한다. 풋워크와 송구 연습을 위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가 김태군을 향해 "급박한 상황에 3루수로 투입해도 되겠다"고 하자 "3루수는 물론 레프트(좌익수)까지 가능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김태군에게 3루수 자리에서 펑고를 받는 이유를 묻자 "매일 경기에 출장하는 게 아니니까 하체 스텝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 3루에서 펑고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3루에서 펑고만 받는 게 아니다. 김태군은 경기 전 단거리 러닝을 소화한다. 경기가 우천 취소되더라도 예외는 없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이렇게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더 좋다"고 씩 웃었다. 김태군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동료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김태군은 지난달 31일 대구 SSG전에서 1-1로 맞선 9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날렸다. 삼성은 SSG를 2-1로 꺾고 지난 27일 대구 한화전 이후 3연승을 달렸다.
"3연승을 이어가는데 보탬이 되어 기쁘다. 찬스 때 대타를 내세우는 게 쉽지 않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김태군의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는 김태군이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