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달 31일 SSG를 2-1로 꺾고 3연승을 질주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 대행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올 시즌 10번째 블론 윈(불펜 투수가 선발 투수의 승리를 날린 경우)을 기록했기 때문.
수아레즈는 7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1-0으로 앞선 8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8회 구원진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시즌 5승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만약 계투진이 승리를 날리지 않고 14승을 거뒀다면 LG 케이시 켈리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을 거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경기 후 "후반기 SSG과의 박빙 승부에서 패전이 많았는데 오늘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임함으로써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수아레즈 선수가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는데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1로 맞선 9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나서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기록한 김태군 또한 수아레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팀원 모두 수아레즈의 승리를 위해 힘이 되고 싶어 한다.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나마 팀이 이겨서 수아레즈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팀이 이겨 만족스럽다는 게 수아레즈의 반응. 그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TV'를 통해 "이겨서 좋다. 7회 조금 주춤했지만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9회 1사 만루 찬스에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끝내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물병을 준비하고 있었고 김태군이 끝내기를 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즌 10번째 블론 윈으로 아쉬움을 삼킨 수아레즈. 개인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팀 승리에 만족하는 그의 이름 앞에 '불운의 아이콘' 대신 '대인배'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