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복덩이 외국인 투수로 떠올랐던 예프리 라미레즈(29)가 4경기 연속 패전을 당했다. KBO리그 데뷔 첫 7경기에서 1점대(1.41) 평균자책점을 찍었지만 최근 4경기에선 8점대(8.50)로 무너지며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미레즈는 지난 31일 대전 KIA전에 선발등판, 4이닝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1회 시작부터 안타 3개, 볼넷 2개로 4실점을 내줬다. 수비 도움을 못 받기도 했지만 라미레즈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힘이 부족했다. 1사 만루에서 최형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김선빈에게 좌익선상 3타점 2루타를 맞았다. 1회에만 37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뻈다.
2회부터 4회까지 실점 없이 막긴 했지만 투구수가 96개로 불어나자 5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최고 150km, 평균 146km 직구(42개) 외에 슬라이더(17개), 체인지업(14개), 투심 패스트볼(13개), 커브(10개)를 구사했지만 전체적으로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어려운 피칭이 됐다.
지난 12일 LG전(6이닝 5실점), 18일 삼성전(5이닝 4실점), 24일 LG전(5이닝 4실점)에 이어 이날 KIA전까지 4경기 연속 대전 홈에서 4실점 이상 허용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투구수 제한이 있었던 6월21일 잠실 LG전(2⅓이닝) 이후 10경기 만에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교체됐다. 1.41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3.67로 올랐다.
지난 6월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라미레즈는 3번째 등판이었던 7월5일 대전 NC전부터 8월4일 대전 KIA전까지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펼쳤다. 비교적 빠르고 무난하게 KBO리그에 연착륙하는 듯했다.
하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섣부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수베로 감독은 “라미레즈가 오자마자 빠르게 적응한 것은 좋지만 지금은 다른 팀들이 그에게 익숙하지 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팀들도 라미레즈의 팔 각도나 볼의 궤적, 체인지업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상대팀이 적응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2~3경기 더 지켜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났을 때는 낯설음을 무기로 하는 투수가 유리하다. 라미레즈도 그런 효과를 봤다. 상대팀 분석과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점이 진짜 시험대인데 4경기 연속해서 무너진 것은 좋지 않다. 9이닝당 볼넷도 첫 7경기 4.2개에서 최근 4경기 7.0개로 대폭 증가하며 제구 약점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닝당 투구수도 16.6개에서 21.2개로 폭증했다. 타자들이 배트를 쉽게 내지 않고 기다리는 식으로 라미레즈에 대처를 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라미레즈가 오자마자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하며 잘해줬지만 그만큼 상대팀들의 적응도 빨라졌다. 라미레즈도 그 점을 잘 알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라미레즈와 둘이서 이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서로 적응에 적응을 하는 것이 야구의 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 면담 효과를 보지 못한 채 4연패 수렁에 빠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