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얼떨떨하다. 새롭다고 해야 할까. 기분이 좋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올 시즌 삼성 타선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육성을 맡았던 레전드 출신 박한이 코치가 30일부터 1군 메인 타격 코치로 승격됐다.
삼성은 지난 30일 대구 SSG전을 앞두고 1군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김종훈 타격 코치와 김재걸 작전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퓨처스팀 박한이 타격 코치와 강봉규 작전 코치를 콜업했다.
부산고와 동국대를 거쳐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박한이 코치는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주축 선수로서 우승의 순간마다 중심에 서 있었다.
박한이 코치는 2013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1승 3패 벼랑 끝 위기에 놓였던 삼성은 5차전부터 3연승을 거두며 사상 첫 역전 우승을 이뤘다. 박한이 코치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시리즈 타율 2할9푼1리(24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에 불과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렸다. 5차전에서 8회 2타점 결승타를 날렸고 6차전은 7회 쐐기 스리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7차전에서 5타수 3안타 3득점의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1군 통산 타율 2할9푼4리(7292타수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 149도루를 기록하는 등 '꾸준함의 대명사' '착한이' '삼성밖에 모르는 바보'로 불렸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새롭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차원에서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9월 확대 엔트리 시행 후 1군에 올라올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에 (퓨처스에서 봤던) 코치들을 올린 점도 있다"고 코칭스태프 개편 이유를 밝혔다.
정들었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돌아오게 된 박한이 코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기분이 얼떨떨하다. 새롭다고 해야 할까. 기분이 좋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박진만 감독 대행과)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타자들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 조정을 하려고 한다. 1군 타자들에게 제가 특별히 가르칠 건 없고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방적인 지도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한이 코치는 "제가 퓨처스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독단적으로 가르칠 생각은 없다. 제가 가르쳐도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제가 이야기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선수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니까 고맙다"고 말했다.
박한이 코치는 팀내 핵심 타자의 부진을 두고 "기술적인 부분보다 마음의 문제라고 본다.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위축된 것 같다"고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겠다고 했다.
1군 무대에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다시 돌아온 기분은 어떨까. 박한이 코치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