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을 인정받아 마무리 홍건희의 대체자가 된 신인왕 후보 정철원(23). 그런데 이 같은 보직 변경이 신인왕 수상 전선에 자칫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철원은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최대 수확이다. 2018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해 현역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그가 데뷔 시즌을 맞아 일을 내고 있기 때문. 5월 6일 1군 데뷔와 함께 단숨에 셋업맨 한 자리를 꿰찬 그는 등 담 증세가 악화된 홍건희의 25일 말소와 함께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는 고속 승진을 누렸다. 44경기 3승 2패 3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과 함께 신인왕 레이스에 뛰어든 그다.
남은 33경기서 미라클을 노리는 두산에게 정철원은 없어서는 안 될 투수다. 하필이면 이 중요한 시기 홍건희를 비롯해 박치국, 김강률, 장원준 등 불펜 핵심 자원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하며 뒷문이 헐거워졌다. 이제 1군에 남은 필승조는 정철원, 김명신, 이승진, 임창민 정도로, 정철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의 호투가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시즌 끝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도 펼칠 수 있다.
문제는 정철원의 보직과 신인왕 수상의 상관관계다. 통상적으로 보면 신인왕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타이틀 획득이다. 특정 기록에서 리그 1위 혹은 역대 신인 1위에 오를 경우 그만큼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특출난 기록이 없다면 고른 활약과 팀 우승의 결합으로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
팀이 8위로 처져 있는 정철원은 후자보다 전자로 신인왕 수상을 노려야 한다. 그의 시즌 기록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표는 홀드다. 해당 부문에서 선두 정우영(28개·LG)에 14개 뒤진 공동 10위(14개)에 올라 있으나 2007년 임태훈(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KBO 신인 최다 홀드(20개)에는 6개 차이로 다가간 상황이었다. 지금의 구위와 자신감이라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기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철원은 당분간 홀드를 따낼 수 없다. 마무리 홍건희를 대신해 세이브 사냥에 나서야하며, 홍건희의 재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셋업맨 복귀 시기도 예측이 불가하다. 물론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세이브를 늘리는 것도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냉정히 말해 지금 시점에서 그에게 필요한 건 세이브가 아닌 홀드다. 마무리 승격이 신인왕 수상 확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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