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50게임차 페이스… 한화를 어쩌나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8.30 08: 06

[OSEN=백종인 객원기자] 8회가 끝났다. 스코어 3-3. 승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9회 초 원정 팀이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가 떴다. 대망의 결승점이 올라간다. 4-3. 그대로 게임이 끝났다.
팽팽했지만 러닝 타임은 2시간 18분이다. 후딱후딱 진행된 셈이다. 그럴 수 밖에. 아무도 관심 없는 7위와 8위의 대결이다. 20년 전인 2002년 롯데의 시즌 최종전이다.
그 해 사직은 파란만장했다. 우용득 감독은 일찌감치 해임됐다. 13연패를 당한 6월의 어느 날이다. 후임자로 백인천 감독이 부임했다. 그는 취임 초부터 페넌트 레이스 포기를 선언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요즘 말로 리빌딩을 작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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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사직 구장은 용도 변경할 뻔했다. 한산한 관중석에 갖가지 풍경이 연출됐다. 신문지 덮고 누운 팬은 양반이다. 자전거 타고 유유자적을 즐기는 사진도 찍혔다. 9월 어느 날은 유료관중이 514명에 불과했다. 게임 전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응원 행사가 무색했다.
그나마 이날은 다행이다. 더한 날도 있었다. 앞서 얘기한 시즌 최종전이다. 당일(10월 18일) 한화전 유료관중은 고작 69명이다. 양팀 선수단보다도 적다. 역대 두번째 최소 관중이다. 추억의 쌍방울(1999년 전주)이 기록한 54명 덕에 꼴찌는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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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관중석을 자전거 공원으로 만든 2002년은 롯데의 암흑기다. 133게임에서 35승 1무 97패(승률 0.265)로 마감했다. 1위 삼성과 48.5게임 차이였다. 역대 최다경기차 꼴찌다.
그런데 올해 이 기록이 위협(?)받는다. 한화가 심상치 않다. 29일 현재 35승 2무 76패다. 승률은 3할대(0.315) 조금 넘는다. 반면 SSG의 독주는 멈출 기미가 없다. 승률 0.679의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따라서 둘 간의 승차는 40.5게임으로 벌어졌다. 최대 차이는 24일 41.5게임이었다. 따져보면 한달에 10게임차씩 벌어지는 꼴이다. 9월 말이면 50경기로 격차가 커진다는 걱정이다.
좀 더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남은 경기수에 현재 승률을 대입했다. SSG는 29게임 남았다. 추이대로면 19승 10패가 예상된다. 그럼 95승 3무 46패로 시즌을 마친다. (무승부는 고려하지 않았다.)
반면 한화는 31게임이 남았다. 현재 승률을 적용하면 9승 22패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이럴 경우 최종 성적은 44승 2무 98패다. 1위~10위간이 무려 51.5게임차이가 된다. 50경기차를 넘어서는 건 초유의 일이다. 역대 어느 팀도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막판이 되면 경기 양상이 달라진다. 안정권 또는 포기한 팀은 무리할 이유가 없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게임을 풀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더 치열한 상황이다. 순위 경쟁에 몰린 팀은 매 게임이 총력전이다. 선발이나 불펜이 비상체제로 돌아간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리빌딩을 외친다.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 없다. 희생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시간에도 희망이 보여야 한다. 아침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찬란함을 위해서는 남쪽 방향으로 집을 지어야 한다. 커다란 창문을 내고, 멋진 커튼도 달아야 한다. 언제까지 팬들의 인내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한번 살펴보시라. 역대 40게임차 이상 팀들의 면면을. 그 중 세 팀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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