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만 빠르게 느는 줄 알았더니 야구도 함께 일취월장하고 있다. ‘우승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과감하게 내보내고 웨스 벤자민(29)을 데려온 KT 위즈의 선택은 현재까지 성공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벤자민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감독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벤자민의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구종이 화려하고 변화구 각도가 예리하며 디셉션도 좋다”라며 “원래는 6이닝 3실점에 꾸준한 로테이션 소화 정도를 기대했는데 근래 들어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좋은 투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T는 지난 5월 18일 연봉 33만1000달러(약 4억원)에 벤자민을 영입했다. 작년 통합우승을 이끈 쿠에바스의 팔꿈치 재활의 장기화로 이른 시기에 외국인투수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벤자민은 데뷔전이었던 6월 9일 고척 키움전 3이닝 무실점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지만 26일 수원 LG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두 달 넘게 꾸준히 자기 몫을 하고 있다. 7월 한 달간 퀄리티스타트 3번을 포함 2승 1패 평균자책점 3.04로 리그 적응을 알렸고, 8월 발전을 거듭하며 5경기 중 4경기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다. 4일 창원 NC전과 17일 수원 키움전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였다.
비결은 무엇일까. 벤자민은 “KBO리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적응이 되고 있다. 사실 야구 스타일은 미국과 큰 차이가 없어 새롭게 만나는 팀과 선수들 정보를 계속 파악 중인데 장단점을 많이 알게 되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KBO리그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도 경기력 향상에 한 몫을 했다. 벤자민은 “KBO리그는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응원문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와서 경험해보니 에너지가 많이 느껴진다”라며 “만약 시즌이 끝나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메이저리그를 본다면 굉장히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농담했다.
벤자민은 사실 KT 입단 때부터 빠른 적응력으로 큰 화제가 됐다. 5월 30일 입국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동료 이름을 모두 암기했고, 가벼운 의사소통을 나눌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 한글은 이미 뗀 지 오래.
벤자민은 매일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독자적인 글자와 음을 지닌 한국어는 서양에서 온 선수에게 상당히 생소한 언어.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 간 한국 선수가 빠르게 영어를 습득하듯, 벤자민도 동료들과 통역의 도움 속 빠르게 새로운 언어를 익혀나가는 중이다.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3개월이 됐다. 벤자민은 “요즘에도 하루에 한 단어, 한 문장씩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라며 “생각한 것보다 많이 어렵긴 한데 그래도 모든 단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가 수월하다. 물론 읽을 줄만 알지 뜻은 잘 모른다”라고 웃었다. 벤자민 담당 통역에 따르면 자주 쓰는 단어와 표현은 굉장히 유창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한국어와 함께 야구까지 일취월장하며 KT의 복덩이가 된 벤자민이다. 그는 “지금 보여드리는 모습이 100%는 아니다. 아직 몇 가지를 더 보완해야 하고,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다”라며 “예전에 미국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기 때문에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거기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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