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FA 계약으로 4년 최대 60억원에 삼성을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후 4월 한 달 동안 25경기에서 타율은 고작 1할8푼3리였다. 출루율은 .296이었다.
8월 29일 현재, 타율 2할9푼9리로 3할을 오르내리고 있다. 넓은 잠실구장의 외야 한가운데를 빈틈없이 책임지고, 도루왕 출신의 빠른 발은 여전하다. 부상 없이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60억 몸값이 아깝지 않다.
LG 외야수 박해민이 주인공이다. 박해민이 이적 첫 해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FA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키움전, 박해민은 22일 만에 다시 톱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8월초 옆구리 부상에서 복귀한 홍창기가 최근 부진하면서 하위타순으로 내려가고, 박해민이 1번을 맡았다.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의 1-0 승리에 기여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중간 3루타로 출로, 문성주의 유격수 땅볼 때 득점을 올렸다. 9회까지 유일한 득점이었다. 28일 키움전도 톱타자로 출장했고, 5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3할 타율에서 2할9푼9리가 됐다.
박해민은 4월에 극도로 부진했지만, 이후 5월부터는 매달 월간 타율 3할1푼 이상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렸다. 22도루로 부문 공동 4위다.
수비에서 팀 공헌도도 뛰어나다. 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좌우로 마음껏 누비며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낸다. 거의 매경기 호수비가 나온다. 빠른 발로 좌중간, 우중간의 타구를 잘 따라가 잡아내기에 넓은 잠실구장에서 수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박해민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에서 뛸 때 외부에서 본 박해민과, LG 유니폼을 입고서 한 팀에서 뛰면서 느끼는 박해민의 가치는 훨씬 더 높다고 했다.
류 감독은 “박해민이라는 선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선수인데, 우리팀에 와서 안에서 본 것은 그 이상을 봤다”며 "경기에 대한 투지, 열정이 크다. 또 경기 체력이 좋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움직임이 가장 많은 선수다. 1~2번타자에 도루도 하고, 중견수 수비까지. 경기 체력을 가장 많이 소모해야 하는 선수임에도 다음날 회복 속도가 좋고 후유증이 적은 선수다.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다”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 박해민이 부진할 때, 류 감독은 박해민에서 한 경기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박해민은 “경기에 계속 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명타자도 선호하지 않는다. 류 감독은 “적절하게 체력 세이브를 해줘야 하는데, 필요없다고 한다. 경기 체력이 좋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올 시즌 LG가 치른 111경기 전 경기를 뛰고 있다. 수비 이닝도 938이닝으로 10개 구단 외야수 중에서 2위다. 경기를 더 많이 치른 KT 배정대가 114경기 941⅔이닝으로 1위다. 실질적으론 박해민이 1위인 셈.
박해민은 2015년~2019년 5시즌 중 4시즌을 144경기 전 경기 출장 기록이 있다. 지난 2년간은 132경기, 127경기. 올해 3년 만에 다시 144경기 전 경기 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해민은 “나중에는 뛰고 싶다고 해도 못 나가는 상황이 생기게 될 것이다. 지금 나갈 수 있을 때 한 경기라도 더 나가고 싶다. 나중에 실력이 안되고, 나이 먹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잊혀지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한 경기라도 더 나가고 끝까지 집중해서 할 수 있을 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빠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박해민은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이겨내야 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선택을 받아서 나가면 경기장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힘들 때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면 조금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며 “전 경기 출장을 1~2년 뛰다 보니까 이제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보면서 가다 보면 전 경기가 되는 것 같다. 오늘 경기에 꼭 나가고 싶고, 이런 마음이 쌓이면 144경기가 되는 것 같다. 이제 날씨가 선선해져서 경기하기 확실히 편해졌다. 몸도 좀 가벼워지는 것 같고, 경기 하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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