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98→.284...후반기 맹폭 재능러, 타격 기계의 길을 밟아간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8.29 16: 10

롯데 자이언츠 올해 최대 난제는 NC 다이노스로 떠난 손아섭(34)의 공백을 채울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당초 손아섭의 공백을 ‘3단 합체’ 등 기존 선수들의 조합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구단의 계산도 있었다. 신용수, 추재현, 김재유 등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외야수 3명으로 1명을 대신하겠다는 복안.
그러나 이러한 복안은 김재유의 부상, 추재현, 신용수의 정체로 일찌감치 폐기됐다. 다른 대안도 있었다. 신인 조세진,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고승민도 경쟁에 합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에는 조세진과 고승민에게 돌아가는 기회들이 많았다. 여기에 스피드를 갖춘 황성빈까지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상했던 구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익수 경쟁 구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물론 ‘스탯티즈’ 기준 우익수 부문 WAR은  -0.08로 여전히 10개 구단 꼴찌다.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자 ‘포스트 손아섭’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우익수 경쟁의 다크호스였던 고승민은 후반기 자신의 타격 잠재력을 발산하며 손아섭의 빈 자리를 채울 적임자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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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은 후반기 24경기 타율 4할4푼6리(56타수 25안타) 9타점 4득점 8볼넷 13삼진 OPS 1.079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6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기준, 타율 1위, OPS 1위다. 다른 주전급 타자들에 비해 타석이 절반 가량 적다. 샘플이 적기에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현재 고승민의 페이스가 절정이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전반기를 마무리 할 때 타율이 1할9푼8리였던 고승민은 후반기 맹타와 함께 타율은 2할8푼4리까지 끌어올렸다. 전반기 .620에 그쳤던 OPS도 .781까지 상승했다. 3홈런 21타점 18득점 20볼넷 34삼진의 시즌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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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리그 대표 안타 기계자 정교한 타격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손아섭의 모습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기준을 좀 더 낮춰서 손아섭의 첫 풀타임 시즌과 비교하면 고승민은 손아섭 후계자의 길을 조금씩 밟아가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입단한 손아섭은 데뷔 첫 해 4경기 6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이듬해인 2008년 플래툰 자원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80경기 출장해 250타석에 들어섰다. 타율은 3할3리(218타수 66안타) 3홈런 17타점 31득점 출루율 3할8푼7리, 장타율 .404, OPS .791의 성적을 남겼다. 스탯티즈 기준 wRC+(조정득점생산력)은 126.6이었다.
고승민은  2019년 입단해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다. 역시 현재로서는 플래툰 자원으로 봐야 한다. 현재 페이스대로 시즌을 끝낸다면 82경기 228타석을 소화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율 스탯을 현재와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01타수 57안타 4홈런 26타점 22득점의 예상 기록이 나온다. wRC+는 119.8. 대부분의 수치가 손아섭의 2008년 기록과 엇비슷하다. 
신체 사이즈의 차이(손아섭 174cm, 84kg / 고승민 189c, 92kg)가 있지만 프로에 입단하고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고 우투좌타라는 점, 뛰어난 타격 재능 등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일단 롯데의 포스트 손아섭 찾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고승민의 외야 수비도 매끄럽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당장 팀 내 최고 재능을 가진 유망주가 전임자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볼만한 대목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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